금융감독당국이 14일 발생한 증시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대해 오는 15일부터 관련 종목 매매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 3개 종목에 대해선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이날 “5개 종목 주가 급락과 관련하여 신속한 거래질서 정립 방안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관련 5개 종목에 대해 오는 15일부터 해제 필요시까지 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각 종목에 대해 조회공시도 요구했다. 동일금속, 방림, 만호제강 등 3개 종목에 대해선 투자주의 종목(소수계좌거래집중)으로 지정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3개 종목에 대해 소수계좌거래 집중 정황이 발견돼 조치한 것"이라며 "다른 종목에 대해선 집중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의심되는 종목에 대하여 철저히 조사하고 혐의 적발 시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방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과 코스닥시장 종목인 동일금속 등 총 다섯 종목은 비슷한 시간에 일제히 하한가에 진입했다. 방림이 오전 11시46분께 가장 먼저 가격제한폭까지 내려갔고, 약 10분 뒤인 11시57분 동일금속이 하한가로 떨어졌다. 이어 12시10분께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이 하한가에 진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이들 종목에 대해 주가 조작 세력 연루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5개 종목은 모두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 특징이다. 반면 주가가 최소 수개월 동안 꾸준히 상승해 왔고, 한날 비슷한 시간에 일제히 하한가에 진입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SG증권발 급락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정 날짜·같은 시간대에 동시에 매물이 쏟아지며 폭락했다는 점이 같아서다. SG증권발 급락 사태 당시엔 8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금융감독당국과 검찰은 이를 두고 공동 수사를 벌이고 있다. 8개 종목에 대해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라덕연 H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공범 세 명 등은 구속기소됐다.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는 금융감독당국이 불공정거래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한지 약 2주일만에 벌어졌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한국거래소, 남부지검과 함께 비상 조사·심리기관협의회(비상 조심협)을 출범했다. 불공정거래 대응 체계를 살피는 비상회의체다. 4개 기관이 지난달 말 발표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비상 대응 체계의 일환이다.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올 한해를 불공정거래 세력과의 전쟁에 집중할 것”이라며 “저의 거취를 건다는 책임감으로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대응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비상 조심협을 약 3개월간 운영할 예정이다. 인지, 감시, 조사, 제재 등 전 영역 개선방안을 검토한다.
선한결/배태웅 기자 alway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