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지 3년 5개월 만에 서울대 교수직에서 파면당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직위 해제된 이후 한 번의 강의도 없이 서울대로부터 약 1억700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2020년 1월 29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직에서 직위 해제된 이후 1억686만원가량의 급여를 받았다.
3년 반 가까이 강의를 하지 않고서도 1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은 것. 서울대는 국가공무원법과 교원 보수 규정에 따라 직위 해제된 교원에게 첫 3개월간 월급의 50%를, 그 이후에는 30%를 지급한다. 서울대는 조 전 장관뿐만 아니라 최근 7년간 직위 해제된 교수 20명에게 약 1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장관은 급여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4월 "서울대에 사직 의사를 표명했으나 기소됐다는 이유로 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대는 당시 조 전 장관이 사직 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조 전 장관은 직위해제 이후 지금껏 단 한 번의 강의 없이 서울대에서 약 1억700만원이나 되는 급여를 챙기면서 그 기간 팔도를 유람하며 북 콘서트를 열어 책 장사를 했다"며 "조 전 장관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교수직 파면 결정에 대해 '불명예' 운운할 것이 아니라, 직위해제 기간에 받은 급여를 당장 반납하고, 조국 자녀의 입시 비리로 인해 피해받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 교원징계위원회는 전날 오후 조 전 장관의 교수직 파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파면은 해임, 정직보다 수위가 높은 중징계다. 2019년 12월 31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이듬해 1월 29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직에서 직위 해제 조치된 지 약 3년 5개월 만이다.
서울대 교원 징계 규정에 따르면 교원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총장은 학내 교원징계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징계위원회는 의결 즉시 주문과 이유를 적은 징계의결서를 총장에게 통고하게 돼 있다. 총장은 통고 15일 안에 징계 처분해야 한다.
조 전 장관은 올해 2월 3일 자녀 입시 비리와 딸의 장학금 명목 600만원 수수 혐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 측은 선고 당일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에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서울대는 1심 판결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조 전 장관은 변호인단은 "서울대의 성급하고 과도한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조 전 장관은 교수의 기본적 권리를 지키고 전직 고위공직자로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즉각 항소해 이 결정의 부당함을 다툴 것"이라고 반발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