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이 토큰증권 등 신종증권으로 사업 범위를 넒혀간다. 새로운 발행형태의 토큰이 등장한 만큼 기존 전자등록기관 업무에서 나아가 새 옷을 입겠다는 구상이다.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행보이기도 하다. 예탁원은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본부급 추진단도 신설한다.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14일 서울 여의도동 소재 한 중식당에서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부터 11월까지 토큰증권 플랫폼 비즈니스모델과 구축방안을 논의해 연중 플랫폼 구축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토큰증권과 조각투자증권, 투자계약증권 등 디지털혁신에 기반한 신종증권이 자본시장에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으로 마련할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안을 토대로 예탁원은 미래 사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금융위 ST 정비방안 발표에 따라 전자등록기관으로서 예탁원은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토큰증권의 등록심사와 발행 총량 관리 등을 수행하게 됐다. 토큰증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다. 금융위로부터 부여받은 지위를 활용해 예탁원은 분산원장 심사 요건, 총량관리방식, 네트워크 연결 등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여러 발행플랫폼과 연계해 지원할 수 있는 분산원장의 총량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예탁결제원은 토큰증권 법제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토큰증권의 전자등록 수용방침에 따라 전자증권법상 등록심사와 총량관리 방식 등 관련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예탁원 측은 현재 정비방안 후속 법령 개정과 관련해 의견을 계속해서 제출하고 있는 상태다.
이 사장은 "금융위가 마련한 토큰증권의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에 따라 토큰증권 발행플랫폼 구축을 최우선적으로 역량을 집중해 추진할 것"이라면서 "실물발행(예탁)을 이용하는 비상장주식이 토큰증권으로 발행될 경우 비상장주식의 거래활성화(환금성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민수 Next KSD 추진단 본부장은 "분산원장을 이용한 다양한 비정형적 권리의 전자등록 수용을 지원함으로써 자본시장의 투자자 보호에 기반한 디지털 금융 혁신을 촉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신사업을 잘 수행하기 위한 일환으로 '미래 50년 전담조직'을 설치할 계획이다. 내년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조직 이름도 '넥스트(Next) KSD 추진단'으로 정했다. 토큰증권 플랫폼을 비롯해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전사 비전과 전략을 만드는 조직이다.
이 사장은 "추진단을 꾸려서 시장성기업으로서의 예탁결제원 정체성을 새로 정립하고 예탁원의 비전과 전략, 대내외 환경, 법적 기반, 사업, 조직, 기업문화 등에 대한 현주소를 냉철히 점검할 계획"이라며 "새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과제를 도출하는 등 미래 50년 청사진을 제시하고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그 밖에 이 사장은 "국채 시장 선진화와 외국인 국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외국인 국채통합계좌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의 국채법 개정에 따라 개인 투자용 국채 사무처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제도 개선을 지원하고, 지표금리 관련 글로벌 추세 등을 반영하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이 사장은 취임 전 일각에서 제기됐던 '증권 비전문가' 등의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은행업에서 종사했던 과거 경험이 예탁원 사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예탁결제서비스가 은행업과 유사한 지점이 많다고 본다"며 "취임식을 갖기까지 약간의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우려와 의혹들을 충분히 해소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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