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태어났지만, 경북과 경남, 충북 등을 광범위하게 돌아다니며 생활해 유명해진 반달가슴곰 '오삼이(코드 번호 KM-53)'가 폐사했다.
14일 환경부는 오삼이가 전날 경북 상주시에서 폐사했다고 밝혔다.
오삼이는 환경부의 지리산 반달곰 복원사업을 통해 태어난 53번째 한국(Korean) 수컷(Male) 곰이라는 뜻에서 코드 번호 'KM-53'을 부여받았고, 한반도 중남부를 떠돌며 생활하는 탓에 '콜럼버스 곰'이라고도 불렸다.
'오삼이'는 경북 김천에서 국립공원공단이 부여한 코드 번호 'KM-53'에서 따와 지어준 이름이다.
2015년 1월 태어나 같은 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수컷이지만, 2017년 두 차례나 지리산을 벗어나 유명세를 치렀고, 이듬해 5월 대전∼통영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 고속버스에 부딪혀 왼쪽 앞발이 골절되기도 했다.
치료 후 2018년 8월 경북 김천의 수도산에 재방사된 이후에도 한곳에 머물지 않고, 경북과 경남, 전북, 충북 등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삼이의 주 활동 지역은 덕유산, 가야산, 수도간, 민주지산 권역이었다.
올해는 지난 3월29일 가야산에서 겨울잠에서 깸 뒤 어린이날까지는 가야산, 수도산, 민주지산에서 활동했고, 이후 5월10일까지는 충북 영동군과 옥천군 일대, 이후에는 가야산에서 70㎞ 떨어진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 일대에서 목격됐다.
오삼이는 포획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난 13일 낮 상주시 민가와 경작지 인근에서 오삼이가 목격됐고 같은 날 밤에는 민가에서 10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것이 확인됐다.
이에 공단은 민가 침입 등 안전사고가 발생 가능성을 우려해 포획을 시도했다. 또 오삼이 활동을 추적할 발신기 배터리 교체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취총에 맞은 오삼이가 갑자기 도망쳤고, 이후 계곡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발견 직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결국 숨졌다.
공단은 오삼이가 마취되는 중 이동하다가 힘이 빠지면서 계곡 쪽으로 쓰러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검으로 정확한 사인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오삼이가 폐사하면서 야생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86마리에서 85마리로 줄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