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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국' 네덜란드, 中유학생 가려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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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가 반도체·국방 분야 중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심사제를 도입한다. 국가 안보와 기술 유출 방지 등을 위한 조치다. 네덜란드는 지난해까지 자국 기업의 이익을 내세워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동참을 미루는 등 독자 노선을 모색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을 축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중국이 대립하며 지정학적 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자 미국 주도 탈중국 전략에 동참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유학생 활동 조사
로베르트 디크흐라프 네덜란드 교육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네덜란드에 중국 국가유학기금관리위원회(CSC)의 관리를 받는 장학생이 몇 명 있고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민감한 기술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이 내용을 법제화한 ‘지식 보안 심사법’을 올해 안에 의회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 맹세를 조건으로 CSC 장학금을 받은 중국인 유학생은 정기적으로 체류국 중국대사관에 보고해야 하고, 학업을 마치면 2년 안에 귀국해야 한다.

디크흐라프 장관은 “(중국 CSC처럼) 국가가 첨단 지식과 기술을 얻기 위해 특정 목적을 갖고 장학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률은 중국뿐 아니라 모든 외국 유학생에게 적용할 전망이며 중국인 유학생을 배제하거나 중국 기관과의 협력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이 상황이 정치화하고 (유학생들에게) 낙인이 찍히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네덜란드정보국(AVID)이 지난 4월 “대학은 스파이 활동에 매력적인 타깃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데 이어 일부 대학이 CSC 장학금을 받는 중국인의 입학을 거절하는 등 기술 유출 견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로베르트 얀 스미츠 에인트호번공대 총장은 “점차 모든 네덜란드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탈중국 열차 올라탄 네덜란드
중국 유학생에 의한 기술 유출 의혹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유학생들이 기술을 도둑질하고 있다”고 지적한 후 곳곳에서 문제가 됐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군과의 관련이 밝혀진 중국인 교수와 유학생을 추방한 뒤 첨단 기술 분야 중국인 유학생의 신원조사를 강화하고 비자 발급 요건을 까다롭게 했다. 일본에서도 중국인 유학생의 스파이 활동이 드러나면서 일본 정부는 2021년 민감한 기술 분야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입학 허가제를 도입했다.

네덜란드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도 올해 3월 전면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핵심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이 있는 네덜란드는 유럽의 반도체 강국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당초 ASML의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규제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올초 ASML 중국인 직원이 기술 관련 기밀자료를 탈취한 사건 등이 불거지자 입장을 바꿨다.

FT는 “네덜란드의 움직임은 과거 수십 년간 중국에 문호를 개방했던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최근 들어 중국의 안보 위협을 더욱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김리안/이현일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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