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무소속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탓으로 돌린 것은 구차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제 표결에 앞서 한 장관이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정치적 도발’을 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받는 20명의 의원이 돈봉투를 돌린 혐의를 받는 의원들의 체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한 바 있다. 민주당 대변인은 어제 한 장관이 의원들을 의도적으로 자극하기 위해 계획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도발적으로 부결시켜 달라는 요청”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두 의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당시 송영길 후보 당선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의원과 지역위원장에게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돈으로 표를 사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하는 중범죄 행위다. 그런데도 표결 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검찰의 사냥감’이 됐다는 등 두 의원을 두둔하는 발언이 적지 않게 나왔다. “사적인 이익을 챙긴 건 아니다”는 등 두 의원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을 보면 애초부터 부결 의지가 강했다고 볼 수 있다. 돈봉투 수수 의혹 의원들에 대한 체포안이 앞으로 얼마나 더 국회로 넘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동류의식이 발로한 것일 수도 있다. 하기야 이재명 대표 체포안도 ‘방탄 부결’시켜 놓고 다른 의원들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라고 할 명분도 없을 것이다. 이 대표 자신도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해 놓고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린 마당이다.
그래 놓고 민주당은 부결 뒤 여론의 비판이 거세자 한 장관 탓을 하고 있으니 뻔뻔하고 비겁하다. 따지고 보면 한 장관 말도 다소 직설적이긴 하나 그른 게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재창당 각오’ 운운하며 쇄신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번번이 표리부동, 상습 방탄정당 행태를 보이면서 어떻게 혁신을 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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