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올초 시작한 ‘정책지원관’(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가 겉돌고 있다. ‘의원 1명당 지원관 0.5명’이라는 배정 방식 때문이다. 정책지원관은 보좌관·비서관의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처럼 지방의원들에게도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과거엔 대법원이 법률로 지방의원 유급보좌인력을 둘 수 없다고 판시했으나 작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관련 근거가 마련됐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전체 인원(25개 자치구 112명, 비례대표 11명 포함)의 절반까지 정책지원관을 둘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의회 사무처 정책기획담당관실 소속으로 지금까지 53명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채용했다. 이들의 직급은 모두 지방공무원이다. 앞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계약직 및 기간제 근로자 형태로 채용하던 것과 다른 점이다.
취지는 좋다. 의원들 중에서도 “바람직한 제도”라는 의견이 꽤 있다. 지원관에게 의정활동을 위한 각종 자료수집을 요청하고 예산 및 결산 심의 등 품이 많이 드는 업무를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의회 소속 A의원은 “각종 회의, 토론회 준비, 주민 의견 수렴 등 챙겨야 할 것이 많은 사안을 의원이 일일이 처리하기 어렵고 외부 도움을 받기에도 한계가 있는데, 지원관이 있어 훨씬 업무가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의원 수의 50%’(서울시의회는 최대 56명)까지만 채용하도록 한 관련 법 때문에 ‘지원관을 나눠 써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많다.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B의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의원들이 입법활동보다 지역구 관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0.5명’ 지원관 배정에 불만을 품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에 사람을 쓰고 싶어하는데 타 의원실과 ‘공유’해야 하는 지원관에게 그런 문제를 도와달라고 하기는 어렵다 보니 그림의 떡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효율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공무원을 채용하는 문제여서 의원들이 바라는 대로 인원을 확 늘릴 수 없다”며 “의원실마다 한 명씩 지원관을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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