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중지는 사업장에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사업장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작업을 멈추게 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작업중지 형태를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의 작업중지(제51조), 근로자의 작업중지(제52조),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가 그것이다.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 미이행 시 작업중지(제43조), 시정조치 명령 미이행 시 작업중지(제53조),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제55조), 석면조사 미이행 시 작업중지(제119조) 등이 있다.
작업중지는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행하여 지는 것이므로, 제3자인 고용노동부장관보다는 해당 사업장을 실제로 운영하는 사업주나 근로자들이 자율적으로 행하는 것이 본질상 타당하다. 해당 사업장에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지, 더 나아가 그 위험이 작업중지를 행할 정도로 급박한 위험인지에 대해 제3자가 정확히 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 사업주나 근로자들의 작업중지는 보기 드문 편이고, 주로 논쟁이 되는 것은 고용노동부장관이 행하는 작업중지 명령이고 그 중에서도 중대재해 발생 시에 발령되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이하 '중대재해 시 작업중지')가 실무상 가장 널리 쓰인다. 그러나, 실무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작업중지는 그 발령 시에는 엄격한 심사 없이 급하게 내려지고 그 해제 시에는 해제요건이 충족된 상황에서도 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어 기업들이 생산활동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다.
사업자나 근로자의 작업중지는 법적 성격이 사실행위임에 비해,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는 급박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즉시강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침익적 행정처분이다. 이러한 즉시강제는 그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예를 들어 헌재 2002. 10.31. 선고 2000헌가21결정). 즉, 장해상황이 명백하여야 하며, 장해가 급박하여 정상적인 절차로서 의무를 부과하여서는 행정상 목적달성이 곤란하여야 한다. 또한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는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적 성격을 볼 때 중대재해 시 작업중지는 장래에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예외적이고도 긴급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란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예견되어 대피하지 않으면 근로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가해질 수 있는 상태임이 맹백한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요건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명령권을 위임받아 실제로 행사하는 근로감독관의 주관적 관점이 아니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회일반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작업중지를 명하는 근로감독관은 자신의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인 관점에서 산업재해의 발생위험 등을 엄격하게 심사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중대재해가 발생하였다고 해서 기계적으로 작업중지를 명하는 현행 실무는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작업중지가 장래에 예견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즉시강제임에도 불구하고, 현행과 같은 작업중지의 운용은 실제로는 작업중지를 사후적인 제재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밖에 평가할 수가 없다. 물론 중대재해가 발생하였다는 것이 새로운 위험발생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징표한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위험이 있는지에 대해 심사를 전혀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작업중지명령을 내리는 현행 실무는 위법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사업주가 작업중지명령에 대해 행정소송이나 집행정지 신청 등을 하는 경우에는 고용노동부가 위험발생의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 소나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실무에서 이러한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사업주가 그러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시간적이나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행정소송이나 집행정지 신청을 하지 않기 때문이지 실무의 작업중지명령이 항상 적법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중대재해 시 작업중지는 침익적 행정처분이므로 행정법의 대원칙인 비례성 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작업중지명령을 하는 경우에는 보호되어야 하는 근로자들의 생명 또는 신체의 안전과 침해되는 사업주의 경영권이나 영업의 자유 등을 비교형량하여야 하나, 작업중지명령이 보호하는 법익이 생명, 신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생명, 신체에 대한 위험이 약간만 있는 경우라도 작업중지명령은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만 작업중지 명령의 중요성 내지 급박성을 고려해서 작업중지를 급하게 내려야 하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 반대의 측면인 해제절차도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현재는 작업중지 해제와 관련해서 해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행규칙에 정하는 바에 따라 작업중지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 즉, 작업중지명령은 독임제 행정기관인 고용노동부장관의 위임을 받은 근로감독관이 신속하게 결정하는 반면, 해제에 대해서는 협의체를 통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관계로 이미 위험이 제거된 경우에도 작업중지명령의 해제는 즉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한다.
작업중지명령의 해제는 침익적 행정행위의 철회이므로, 침익적 행정행위를 발령한 행정기관이 그 행정행위를 철회할 수는 권한이 있음에도 고용노동부는 그러한 권한을 즉시 행사하지 않고 반드시 협의체를 통한 심사 이후에 해제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작업중지명령의 해제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신중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견해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발령 여부는 독임제 행정기관이 독자적으로 판단하면서, 해제 여부는 협의체 행정기관의 판단을 필수적 선행절차로 규정한 것은 규범적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작업중지 시에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의 경영권이나 영업의 자유를 희생하면서도 불가피하게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면이 있다면, 해제 시에는 그러한 이익을 고려하여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작업중지 해제를 결정할 수 있는 전문성이 없는 독임제 행정기관이라면 작업중지 자체도 독임제 행정기관에서 결정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규범적 균형성에 비추어 타당하다. 독임제 행정기관이 신속하게 발령과 해제를 결정하든지, 다소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협의체 기관이 발령과 해제를 신중하게 결정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여야 하는 것이다. 현재의 실무는 철저하게 사업주의 경영권이나 영업의 자유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