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09일 17: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CM생명과학(에스씨엠생명과학)이 31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보통주 1주당 0.2주의 무상증자도 함께 진행한다.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자금난이 심화한 바이오기업이 기존 자금 조달 창구였던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발행이 여의찮아지자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CM생명과학은 31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9일 공시했다. 보통주 480만주를 주당 6580원에 발행한다. 한양증권이 주관업무를 맡았다.
주주 배정 후 발생하는 실권주는 일반 공모로 조달한다. 신주배정기준일은 오는 28일이며 납입일은 오는 8월 11일이다.
조달 자금은 운영자금으로 253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채무상환 및 기타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무상증자도 함께 진행한다. 보통주 1주당 0.2주가 배정된다. 무상증자의 신주배정기준일은 오는 8월 16일이다.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주주도 무상증자에 자동으로 참여하는 구조다.
SCM생명과학을 비롯해 바이오 기업의 유상증자가 연달아 진행되고 있다. 5월 이후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이오 기업은 진원생명과학(유상증자 예정 금액 818억원), CJ바이오사이언스(650억원), 클리노믹스(446억원), 엘앤케이바이오메드(366억원), 피씨엘(360억원) 등이다.
증자 목적은 대부분 운영자금 조달 및 채무 상환 등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작년 영업손실을 냈다. 신약 개발 등을 성과가 지연되는 가운데 금리인상으로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기존 주주로부터 자금 마련에 나섰다.
바이오 기업이 주된 조달 창구로 삼던 CB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메자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점도 유상증자가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이번 유상증자로 상환하려는 자금은 대다수가 1~2년 전에 발행해 조기 상환 만기가 도래한 CB 등 메자닌이 대다수다. 최근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대다수 투자자 조기 상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금융위원회가 메자닌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차환 발행이 여의찮아지자 다수의 바이오기업이 유상증자로 발길을 돌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1월 CB와 BW에 이어 올해 5월 전환우선주(CPS)와 RCPS 등도 콜옵션 규제 및 리픽싱 상향조정 의무화를 적용했다.
리픽싱 상향조정 의무화는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격이 낮아진 뒤 다시 주가가 상승하면 이에 맞춰 전환가격을 높이는 내용이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콜옵션 규제는 콜옵션 행사한도를 사채 발행 당시 최대주주 지분율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주된 뼈대다.
사모가 아니라 공모로 발행하면 해당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발행사 입장에선 굳이 공모로 메자닌을 발행할 유인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공모로 자금을 모집한다면 처음부터 유상증자를 실시해 확실한 자본을 확충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의 피로감은 높아지고 있다.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후 모든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하락세다.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 하락률(9일 종가 기준)을 살펴보면 엘앤케이바이오는 32%, 클리노믹스 23%, 피씨엘 20%, CJ바이오사이언스 14%, 진원생명과학 8% 등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