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동생 부부가 사춘기에 접어든 조카를 위해 오랜 고민 끝에 입양한 반려견이다. 하루가 우리 가족과 처음 만났을 때는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작고 깡마른 체구에다 낯선 환경 때문인지 눈망울에는 두려움이 잔뜩 담겨 있었다. 입양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치사율이 높은 파보바이러스로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루와 만난 지 1년이 다 돼간다. 그동안 하루가 우리 가족에게 가져다준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작고 귀여운 생명체로 인해 웃을 일이 많아졌고, 하루의 소소한 일상에 관한 가족 간 소통도 늘었다. 가족의 휴대폰에는 하루의 사진이 점점 늘고, 하루는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는 정도에 따라 집안 내 서열을 정한 것 같다. 안타깝게도 나의 서열은 한참 뒤다.
하루로 인해 가족의 생활 패턴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온라인을 통해 하루의 먹거리, 입을 옷, 장난감을 구매하는 경우가 늘어갔다. 하루의 관절 보호를 위해 거실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가 있으면 병원으로 달려간다. 외식이나 가족 여행지를 정할 때도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곳을 고르게 된다. 가족 소통을 위한 밴드 외에도 하루를 위한 밴드를 개설해 하루와의 일상을 게재한다. 하루의 병원 진료에 대비해 통장을 개설했고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보살피면서 얻는 기쁨도 크지만 책임도 늘어감을 경험한다. 반려동물은 세심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평생 돌봐야 하는 대상이다. 식사 챙기기, 정기적인 산책, 대소변 처리, 목욕 등은 물론 사료, 미용, 병원 진료 등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가 파양하거나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에게도 버려진 경험은 상처로 작용하기 때문에 입양할 때는 책임을 인식하고 이를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가족이 된 하루와의 경험을 통해 느끼는 것은 ‘팻마켓’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겠다는 확신이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 명을 넘어섰고, 그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펫팸(pet+family)족’, 자녀 양육 대신 반려동물을 입양해 키우는 맞벌이 부부 ‘딩펫(dink+pet)족’도 늘고 있다.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라는 인식 변화는 이들의 소비문화를 고급화로 이끈다. 한 보고서는 국내 펫마켓 규모를 2027년 6조원 이상으로 내다봤다.
반려동물을 위한 지출 증가는 경제적인 면에선 새로운 시장 창출로 볼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현대인의 정서적 외로움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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