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으로 운영되는 LIV골프와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PGA 지도부에 위선자라는 비난과 함께 사퇴 요구가 빗발친다. 정치권까지 비판에 가세하면서 진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PGA투어 선수들은 이번 합병의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LIV가 제시한 거액의 이적료를 거절하고 PGA투어를 지켰는데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LIV 비판의 선봉에 섰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사진)가 대표적이다. 그는 8일(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PGA투어 RBC헤리티지오픈 기자회견에서 “큰 그림을 본다면 프로골프 전체에 좋은 일”이라면서도 “내가 희생양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합병 소식이 발표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지미 던 PGA투어 이사에게 이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인정하긴 하지만 여전히 LIV와 그 선수들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도 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LIV를 증오한다. LIV가 사라지길 바란다”며 “LIV로 떠난 선수들은 PGA투어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쳤고 소송을 걸었다. 그들이 고스란히 PGA투어로 돌아와 환영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BC캐나다오픈이 열리는 오크데일GC에서 한 제이 모나한 PGA투어 대표와 선수들 간 긴급 회의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회의에 대해 골프위크는 “배신감과 좌절, 허탈함이 가득했다”고 전했다. 몇몇 선수들은 모나한에게 “위선자”라고 비난하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PGA투어는 선수들에 대한 보상안으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모나한은 골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PGA투어가 가진 유산을 만들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지지해준 선수들은 당연히 충성심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보상안이 어떻게 이뤄질지는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연구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역시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타 선수와 일반 선수, 2부 투어 선수 등 선수의 위상에 따라 달라질 분배 방식을 두고 여러 의견이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GA투어와 LIV의 합병 파장은 정치권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리처드 블루먼솔 미국 상원 의원(민주)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정말 혐오스러운 계약”이라며 “법무부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원 금융위원장인 론 와이든 의원(민주)은 “사우디가 미국 부동산에 대한 부당한 접근이 가능해지는 게 아닌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