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등 콘텐츠 강국이 영화와 드라마 제작비에 대한 세제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다. 촬영 장소로 선정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신규 고용 창출, 소비 확대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세금 인센티브보다 훨씬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콘텐츠 기업이 똑같은 금액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제작할 경우 한국에서 찍을 때보다 최대 11배 많은 세금을 돌려받는다. “제조업체가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공장을 이전한 것처럼 콘텐츠 기업도 세제 혜택이 큰 곳으로 촬영 장소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는 내년부터 영화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25%에서 30%로 높이기로 했다. 뉴욕주에서 영화를 찍으며 1억달러를 쓰면 최대 3000만달러를 되돌려준다는 얘기다. 영국도 같은 이유로 내년 4월부터 제작비 세액공제 비율을 25%에서 34%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미국과 영국이 세액공제율을 높인 것은 호주(최고 세액공제율 40%) 프랑스(30%) 스페인(25~30%) 등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콘텐츠업계에서는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세액공제율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한국에서 제작하는 영화와 드라마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 등으로 국내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순제작비 30억원 이상)가 2015년 53억원에서 지난해 124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는데도 제작비 세액공제율은 9년째 3%(대기업)~10%(중소기업)여서다. 제작비 급등 여파로 CJ ENM 등 4대 투자배급사의 올해 1~5월 개봉 영화는 5편(애니메이션 제외)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같은 기간(15편) 대비 3분의 1토막이 났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영상 콘텐츠는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산업인 만큼 세제 혜택을 통해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선아/박상용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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