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도담동과 함께 세종시의 대표적인 중심 상권인 나성동. 다음날인 6일 현충일을 앞두고 나성동 식당가는 한적한 모습이었다. 주요 상가 1층엔 ‘매매·임대’라는 안내문과 함께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 빈 곳이 눈에 들어왔다. 빈 유리창엔 임대 문의를 기다리는 부동산 연락처가 빼곡하게 붙여져 있었다.
도담동과 나성동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 주차장 인근에서 세종서무서까지 200m가량 늘어선 금강 수변 상가들은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금강이 눈앞에서 보이는 이른바 ‘명당’인데도 먼지만 수북이 쌓인 채 공실만 가득했다.
행정수도 격인 세종시의 상가 공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세종시 출범과 함께 시작된 상가 공실은 상권침체와 지역경제 악화 등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구가 몰려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권이 아니라 정부청사 이전 계획에 따라 형성된 신도시인 세종시 특성상 상가 공실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세종시 상가 공실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세종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1.5%에 달한다. 전국 평균(13.3%)을 훨씬 웃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울산(21.8%)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중대형 상가 기준은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를 초과하는 건물이다. 2층 이하이고, 연면적 330㎡ 이하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4.4%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런 와중에 민간 건물에서 ‘셋방살이’를 하던 일부 정부 부처가 이달 중 정부청사로 옮길 예정이어서 세종시 상가 공실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6년 민간 건물인 세종포스트빌딩에 자리 잡았던 인사혁신처는 이달 중순께 2청사 17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앞서 나성동 한림프라자에 일부 부서가 있었던 소방청도 2청사 17동으로 이전을 마무리했다.
어진동 파이낸스센터에 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달 말 기획재정부가 자리 잡았던 4동 청사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기재부는 행안부와 함께 올 초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으로 이전을 마무리했다. 연내 민간 건물에 세 들어 근무하던 수천 명의 공무원들이 정부청사로 이전하는 것이다. 기존 민간 건물들은 한꺼번에 공실로 남게 된다는 뜻이다.
정부 부처 재배치에 따른 세종시 상가 공실 문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시는 상가 공실 문제를 잠재우기 위해 별관 신축을 잠정 보류하고, 업종 규제 완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