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크레디트(신용) 부문 계열사 IMM크레딧앤솔루션은 요즘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의 PDF를 조성하고 있다. 투자 대상을 사전에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금을 먼저 모은 뒤 운용사가 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블라인드 펀드 방식이다. 연 5~10% 수익을 목표로 기업 대출이나 우량 기업 채권에 투자한다.
글랜우드PE 계열사인 글랜우드크레딧도 올 들어 수천억원 규모의 PDF 조성에 나섰다. VIG파트너스 자회사인 VIG얼터너티브크레딧은 지난해 3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PDF를 설정했다. 2조원 규모의 블라인드 PEF를 조성 중인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지난해 PDF 본부를 조직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KPMG 등에 따르면 글로벌 PDF 규모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매년 13% 안팎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6월 기준 글로벌 PDF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376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4% 늘었다.
중위험·중수익 원하는 '큰손'들, PDF에 뭉칫돈 투자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 앞세워…수천억대 블라인드 펀드 조성
사모대출펀드(PDF) 시장의 성장은 불확실한 경제 환경,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기관투자가의 수요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빠른 의사결정 시스템 앞세워…수천억대 블라인드 펀드 조성
우선 불확실한 경제 환경 등으로 은행,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들의 여신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선 ‘자금줄’이 말랐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장기적으로 사업성은 좋지만 일시적으로 자금을 구하기가 어렵게 된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대출금까지 조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1년 하반기 자본시장법 규제가 완화되면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PDF를 조성할 수 있게 된 것도 주된 요인이다. 실제 최근 들어 PDF를 조성하는 곳은 대부분 PEF 운용사다. IMM크레딧앤솔루션은 국내 대형 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PEF 성공 경험을 발판으로 2020년 설립한 계열사다. VIG파트너스나 글랜우드PE도 각각 자회사 및 계열사를 통해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았거나 자금 조성을 진행 중이다.
중위험, 중수익을 원하는 기관투자가의 투자 수요도 커지고 있다. PDF는 신용등급이 낮지만 성장성이 큰 중소·중견 기업, 상장 전 투자가 필요한 비상장기업, 구조조정을 끝낸 기업, 제도권 금융회사가 대출을 꺼리는 부동산 자산 등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주된 타깃은 주식보다 안전한 선순위 또는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단계) 대출이다. 이찬우 글랜우드크레딧 대표는 “금리가 낮은 상황에선 PEF 운용사가 대출 투자를 하기 어려웠다”며 “주식 투자로 적정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의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이들 PDF 운용사는 대형 시중은행이나 증권사들에 비해 의사결정 시스템이 빠르다. 사전에 투자금을 모은 뒤 투자 대상을 운용사가 결정하는 블라인드 펀드가 확산되는 것도 이런 장점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대형 금융회사들과 비교할 때 PDF 운용사들의 인력과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PDF 시장이 PEF처럼 성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PDF 운용사인 박스퀘어캐피털의 앤드루 헤이우드 최고재무책임자는 “글로벌 대체투자 시장에서 사모대출과 은행 대출 구성비는 2012년 2 대 8이었는데 2021년부터는 8 대 2로 역전됐다”며 “사모대출 시장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차준호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