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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20세기 블루스', 늙는다는 것의 의미…늘어가는 주름이 두려운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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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걸어오는 내내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더라!”

최근 두산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20세기 블루스’에서 수의사 개비(이지현 분) 역할을 맡은 배우가 이 대사를 내뱉자 객석에선 공감 섞인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연극에 등장하는 60대 중후반의 여성 네 명은 세상에서 희미해져 버린 것 같은 본인들의 존재감을 다시 선명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두산아트센터 기획 공연 시리즈 ‘두산인문극장’으로 제작된 이 연극은 미국 극작가 수전 밀러의 작품이다. 2016년 미국 초연 당시 노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과 매력 있는 캐릭터로 호평받았다. 밀러는 창작 동기에 대해 “여성이 60세가 됐을 때 갑자기 투명 인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밝혔다.

작품은 젊은 시절 구치소에서 만나 4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온 1955년생 여성 네 명의 이야기다. 유명 사진작가 대니(우미화 분)는 개인 회고전을 앞두고 40년간 매년 꾸준히 찍은 친구들의 사진을 전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들의 사진 속에 드러난 세월의 흔적이 곧 대니 본인 인생의 이정표이자 ‘현대 여성의 역사’라는 생각에서다.

사진 전시를 허락할 것이냐를 두고 친구들이 벌이는 설전에서 ‘나이 든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란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나온 세월이 내게 남긴 건 훈장일까 아니면 상처일까. 늙어가는 모습을 전시회에서 적나라하게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이들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그러나 연극은 이들을 설득하는 대니를 통해 ‘나이 듦’을 두려워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거울 속에서 얼굴과 목에 새겨진 주름을 발견할 때마다 위기감과 자기 연민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대니와 이 연극은 강조한다.

중년 배우들의 인생이 묻어나오는 자연스러운 연기가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만든다. 대니와 맥(박명신·강명주 분), 실(성여진 분), 개비 등 네 친구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실제로 친구인 듯 자연스럽게 농담을 나누고, 관객 역시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일종의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다. 대니의 치매 걸린 모친 베스(이주실 분)와 마음으로 낳은 아들 사이먼(류원준 분)은 이들의 서사를 좀 더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공연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오는 6월 17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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