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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77%가 반대한 '타다 금지법'…표로 심판할 정치 시스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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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멈춰 세운 국회의원들, 표로 심판하자.”

2020년 3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 박병원 당시 한국경제신문 객원 대기자는 특별기고를 통해 이렇게 호소했다. “퇴행적인 입법으로 나라 경제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든 국회의원들에 대한 응징이 필요하다”며 한 달 뒤 치러질 20대 총선에서 타다 금지법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낙선시키자고 촉구한 것이다.

하지만 총선 결과는 정반대였다. 타다 금지법에 찬성한 의원 상당수가 금배지를 단 반면, 반대표를 던진 의원 7명 중 6명이 21대 국회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혁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저앉힌 사람들은 여전히 기득권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지난 1일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의 말 그대로다.
○찬성 당론, 배경 알고보니
타다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만 놓고 보면 박 대기자의 호소가 현실화됐어야 한다. 당시 타다로 생계를 이어가는 운전자가 1만2000명에 이용자는 170만 명에 이르렀다. 잠재적인 타다 이용자까지 감안하면 수백만 명이 타다 서비스 운영을 지지했다. 반면 타다가 주로 영업하던 서울 일대의 택시 기사는 8만 명, 개인택시 기사는 5만 명에 불과했다. 국회의 타다 금지법 처리를 앞두고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77%가 ‘타다 서비스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한 이유다.

하지만 의원들의 정치적 계산은 달랐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모두 당론으로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특정 법안에 찬반 당론을 정하는 것도 드물지만, 양당의 입장이 같은데도 굳이 당론으로 의원들에게 찬성 투표를 요구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택시 기사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지도부의 우려가 반영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회의 표결에서는 찬성 투표가 압도적이었지만 실제 당내 여론은 찬반이 비등비등했다”며 “서로 ‘상대 당이 적극 찬성하는데 우리 쪽 입장이 모호하면 택시 기사들의 표를 잃을 수 있다’고 걱정해 찬성 당론을 정했다”고 전했다.

한 달 뒤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을 노리던 의원들은 앞다퉈 법안에 찬성했다. 법안에 반대하고 낙선한 김용태 전 의원은 “반대 의원은 대부분 정계 은퇴 선언 등으로 21대 총선에 나오지 않기로 결정된 인사들로 나를 빼고는 선거에 부담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국회 구조개혁 절실”
이 때문에 제2의 타다 금지법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게 국회 안팎의 관측이다. 다수가 찬성하는 혁신이라도 조직된 소수의 반대를 거스르면 선거에 불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타다 이용자는 해당 서비스 중단만 놓고 지지 정당을 바꾸지 않겠지만, 택시 기사들은 법안 처리 결과에 따라 특정 정당을 향해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할 수 있다”며 “국회가 변화를 지원하기보다는 변화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타다 금지법에 이어 ‘직방 금지법’, ‘로톡 금지법’이 계속 나오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정치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비례대표 비중을 늘리거나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선거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드는 만큼 의원들이 개별 지역구의 이해관계에 갇히기보다 국민들의 폭넓은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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