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 시장이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금 상승률이 소폭 감소하며 임금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력이 앞으로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민간 고용정보회사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5월 민간 고용이 전월 대비 1만 3000여개 감소한 27만 8000개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전망치인 18만개를 크게 웃돌았다.
5월 민간 고용이 추가되며 올해부터 이날까지 약 109만개 일자리가 미국에 새로 추가됐다. 전월 수치는 기존 29만 6000개에서 29만 1000개로 하향 조정됐다.
ADP에 따르면 지난달 특정 업종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레저 및 접객업에서 20만 8000여개가 증가했다. 천연자원 및 광업 부문에선 9만 4000여개가 늘어났다. 건설업종에서도 6만 4000여개가 늘었다. 세 업종에 고용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반면 대다수 업종에선 고용이 축소됐다. 제조업은 4만 8000개, 금융업은 3만 5000개 줄었다. 교육 및 보건 서비스(2만 9000개)도 고용을 줄였다. 기업 규모 별로 500인 이상 기업에선 고용이 10만 6000개 감소했다. 50인 미만 소기업에선 23만 5000개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임금 인상 속도가 둔화한 점에 주목했다. 연간 기준 임금 상승률은 지난달 6.5%를 기록했다. 다만 4월(6.7%)에 비해 둔화했다. 이직한 직장인들의 경우 임금 상승률이 전월 대비 1%포인트 떨어진 연 12.1%로 집계됐다.
넬라 리차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상승률이 크게 둔화하고 있으며,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요인은 사라지고 있다"며 "고용 시장이 견고해도 경기 과열이 나타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DP의 민간 고용은 5월 고용보고서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동부 고용 지표와 상응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다.
같은날 미 노동부는 지난주(5월 21일~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 2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주보다 2000건 증가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3만 5000건)을 밑돌았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80만 건으로 6000건 증가했다.
미 중앙은행(Fed)가 지난 1년여 동안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린 여파로 빅테크와 은행 등 대기업 사무직을 중심으로 대량 해고가 잇따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노동시장이 탄탄한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간 기업들의 4월 구인 건수가 1010만 건으로 1000만건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전날 노동부 발표가를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오는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Fed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Fed는 당초 6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물가와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매파(통화긴축 선호) 진영을 중심으로 11연속 금리인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높아졌다.
하지만 은행 위기에 따른 신용 긴축과 향후 경기침체 우려 등을 고려해 일단 금리인상을 멈추고 상황을 관망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에 직결되는 임금 상승세의 둔화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의 동결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준은 2일 발표되는 노동부의 5월 일자리 보고서 등 최신 지표를 확인한 뒤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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