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엔비디아 주가 오르는 걸 보니 부럽긴 하네요”
요즘 서학개미의 최대 관심 종목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글로벌 1위 기업 엔비디아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1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챗GPT’로 시작된 인공지능(AI) 열풍이 GPU 수요를 폭증시킨 겁니다. 주가는 하루 만에 24% 급등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170% 오르며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약 13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투자자만큼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미소를 되찾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서학개미 ‘부동의 톱픽’ 기업인 테슬라 주주들입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한 달간 28% 오르며 200달러 고지를 탈환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입니다. 200달러선은 상당수 테슬라 투자자들의 계좌 색이 바뀌는 주요 고지입니다.
석달 간 지루한 횡보
테슬라 주가는 연초 100달러선에서 바닥을 다지고 급등했지만, 지난 3월부터 지루한 횡보를 이어왔습니다. 같은 기간 애플 주가는 큰 부침 없이 우상향했습니다. 테슬라 주주들 입장에선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후 180달러선이 무너지자 “더는 못 버티겠다”며 팔고 나간 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횡보의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부진입니다.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6%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11.4%로 시장 기대에 다소 못 미쳤습니다. 무엇보다 미래 주가의 향방을 결정하는 월가의 주당순이익(EPS) 평균 추정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해 예상 평균 EPS는 3.35달러입니다. 석 달 전 추정치 4.15달러에 비해 20% 낮아진 수치입니다.
테슬라는 연초부터 전 세계 차량 가격을 대폭 인하하며 가격 전쟁을 주도했습니다. 20%가 넘는 압도적 매출총이익률을 바탕으로 경쟁사를 코너에 몰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미국 일부 지역 소비자는 보조금을 받으면 모델3 기본형을 현대차 쏘나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가격을 내린 만큼 판매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42만2875대의 차량을 배송했습니다. 1년 만에 36%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가격 인하 전인 작년 4분기 40만5278대에 비해선 아쉬운 수치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두고 “소비자들이 고금리 탓에 자동차 구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차 부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주력 차량인 모델3가 출시 6년이 되면서 소비자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테슬라 관련 온라인 댓글을 보면 “차량 디자인이 지겹다”는 반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3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기대했던 2만5000~3만달러(약 3280만~3940만원) 가격의 ‘반값 테슬라’가 공개되지 않은 것에도 실망을 드러냈습니다. 현재 월가의 테슬라 목표 주가는 평균 190달러 수준입니다.
최근 상승 흐름 탄 까닭은
주가 반등의 조짐은 지난달부터입니다. 지난 4월 말 150달러 인근에서 바닥을 다진 테슬라 주가는 서서히 회복 흐름을 보였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차량 가격을 두 차례 올린 것이 방아쇠가 됐다는 분석입니다.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머스크가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판매 대수의 성장을 강조했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했다”면서 “가격 인상으로 전략을 수정하자 시장의 이익 전망치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임 연구원은 테슬라 실적이 오는 2분기에 바닥을 치고 3분기엔 반등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2분기 실적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FSD(Full Self Driving) 관련 이연매출이 반영되는지 여부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연매출은 고객에게 돈을 미리 받았으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회계처리를 미룬 수익입니다. 테슬라는 작년 4분기 FSD 이연매출을 처음으로 회계장부에 반영했지만, 지난 1분기엔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트위터가 지난달 12일 새 CEO를 찾은 것도 테슬라엔 호재입니다. 머스크는 작년 10월 트위터 인수 이후 7개월 만에 CEO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시장에선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는 기대가 자리 잡았습니다. ‘테슬라 강세론자’ 게리 블랙 퓨처펀드 대표와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은 트위터의 새 CEO가 5~10%가량 테슬라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테슬라와 포드가 최근 발표한 ‘충전 네트워크 동맹’도 주목할 만합니다. 주된 내용은 포드 전기차가 내년부터 미국과 캐나다 내 테슬라 급속충전기(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국 내 테슬라 슈퍼차저는 1만7711개로 현지 급속충전기 시장의 60%에 달합니다. 이 협약으로 테슬라는 충전 서비스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경쟁사인 GM, 폭스바겐, 현대차그룹 등은 전기차 판매와 충전 네트워크 확충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주가 300달러 회복은 언제쯤
전문가들은 하반기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테슬라의 7번째 신모델인 사이버트럭의 출시가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 첫 공개된 사이버트럭의 사전 예약물량은 150만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향후 실적을 책임질 최대 기대주입니다. 조지 지아나리카스 캐나코드 연구원은 사이버트럭의 생산이 올여름에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모델3 개선 프로젝트인 ‘하이랜드’도 관심 사항입니다. 테슬라 내부자에 따르면 모델3 개선 버전은 오는 3분기 생산되며 2017년 출시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됩니다. 차량 디자인이 날렵하게 바뀌고 자율주행 두뇌는 더 똑똑해집니다. 모델S와 모델X에 적용된 최신 플랫폼 ‘하드웨어4.0(HW 4.0)’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차량 생산비용도 대폭 절감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연구원은 “두 모델 모두 올해 생산량이 많지는 않겠지만 하반기 주가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가 일각에선 사이버트럭보다 대중 세단인 모델3 개선 버전의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연구원이 이 같은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테슬라 주가가 200달러를 넘어 300달러까지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전문가들은 연내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 연구원은 “주가 300달러 회복은 테슬라 자율주행 프로그램인 ‘FSD 베타’의 공식 출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테슬라가 신모델 출시만으로도 일정이 빡빡해 올해 안에는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오랜 테슬라 지지자이자 투자자인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ARK 인베스트먼트 CEO의 전망은 더 대담합니다. 그는 최근 급등한 엔비디아 주가가 너무 높다며 이를 대체할 AI 수혜주로 테슬라를 꼽았습니다. 우드는 “2030년까지 8조~10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자율주행 시장에서 테슬라는 AI 혁신의 가장 확실한 수혜주”라고 분석했습니다.
ARK 인베스트먼트의 지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테슬라의 2027년 목표 주가는 2000달러입니다. 향후 4년간 10배 상승을 점쳤습니다. 이 투자회사의 대표 상품인 ARK 이노베이션 ETF의 올해 들어 수익률은 31.6%, 1년 수익률은 -3.3%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