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운전으로 7명을 사상하게 한 혐의를 받는 정부세종청사 공무원이 항소심에서 징역 8년을 구형받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검은 전날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나경선) 심리로 열린 공무원 A씨(39)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이 진행됐다.
검사는 “피고인이 당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로 운전했음을 인정할 수 없다면 황색 점멸 신호도 개의치 않고 보도를 침범하는 등 위험을 유발한 운전 행태는 어떻게 설명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한 가족이 어머니를 잃었다. 남은 가족은 신체적 피해보다 중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망인에 대한 그리움을 견뎌야 한다”면서 “음주운전은 분명 범죄 행위이고, 사회적 관심과 요구가 큰 만큼 엄정한 형벌로 귀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1심에서는 징역 1년4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원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이날 증인으로 선 사망한 피해자의 남편은 “그날 제 아내만 죽은 게 아니다. 저희 모두 다 죽었다.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다”라며 말했다.
그는 “중학생인 큰아이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고, 작은아이는 밤마다 운다. 갈 수 있는 병원은 모두 가보고 교수님도 뵙고 백방으로 쫓아다녀 봐도 아직도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피고인이 보내주신 편지를 받았다. 많이 반성하고 계신 것 같지만 저는 아무한테도 이런 얘기를 하지 못하고 꾹 참아야 했고, 그로 인해 더 힘들었다”며 울먹거렸다.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뉴스를 보고도 반성 없이, 계속 가볍게 여기고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다”면서 “우리 가족들이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다른 가족들에게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판부에서 최소한의 경종을 울려 달라”고 말했다.
유족 측은 피고인과 합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형사 공탁금도 거부했다. A 씨는 이날 최후 진술을 통해 “큰 잘못을 저질렀고 아픈 죄를 지었다. 직접 찾아뵙고 사죄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하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7일 오후 9시30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169%의 만취 상태로 세종시 금강보행교 앞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제한속도(시속 50㎞)의 두 배가 넘는 시속 107㎞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1·2차로에 걸쳐 가로로 정차해 있던 B씨(62)의 승합차를 들이받아 사상 사고를 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사고로 승합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C씨(42·여)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어린이 3명을 포함한 B씨 일가족 6명이 크게 다쳤다.
1심 재판부는 “고위 공직자로서 타에 모범이 돼야 함에도 음주·과속 운전을 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피해자 차량의 비정상적인 주행에도 과실이 있어 모든 책임을 피고인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며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14일 열린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