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간호법 제정안이 30일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다가 최종 부결됐다. 본회의 재투표에서 부결되면서 간호법 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재의의 건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고, 재석 의원 289명 중 찬성 178명, 반대 107명, 무효 4명으로 부결됐다.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한 것으로, 의료계 내부 직역 간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정부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이 법안에 대해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간호 업무의 탈(脫)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양곡관리법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법 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전체 의석의 3분의 1 이상인 113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간호법을 당론으로 부결시키기로 한 만큼 민주당과 정의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져도 통과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날 본회의에 간호법 제정안 재투표 안건을 상정한 것은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표결을 마친 후 "정치적 대립으로 법률안이 재의 끝에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되어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 여러분께도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정이 마주 앉아 간호사 처우 개선, 필수 의료인력 부족 해소, 의대정원 확대, 의료수가 현실화, 무의촌 해소 등 지역 의료기반 확충을 포함한 정책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