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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투자자들 발 뺄 때 컴퓨터는 샀다…'뉴욕증시 선방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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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뉴욕증시가 크게 출렁이지 않는 이유는 퀀트 펀드에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람의 개입 없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종목을 매매하는 퀀트 펀드가 저평가된 종목들을 사들이면서 증시를 받쳐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반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향방과 높은 밸류에이션 등을 이유로 증시에서 물러난 사이 퀀트 펀드가 큰 수익을 내고 있다”며 “퀀트 투자가 증시 상승을 주도하며 일반 투자자들과의 격차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퀀트 펀드는 컴퓨터가 알고리즘에 따라 특정한 자산을 선정해 사고파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저평가된 자산은 매입하고, 향후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자산은 공매도하기도 한다.

미국의 디폴트 위험을 키운 부채한도 협상 타결은 아직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잠정안을 도출해냈지만 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어서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 중 어느 곳에서도 반대에 부딪힐 수 있고, 절차상 입법을 지연시킬 여지도 있다.

그러나 S&P500가 지난주 내내 이어진 디폴트 경고에도 0.3% 오르는 등 뉴욕증시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뿐만이 아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올 들어 S&P500의 등락폭이 2% 이상이었던 거래일은 단 2일 뿐이다. WSJ은 “최근 몇 달간 증시는 은행 시스템의 스트레스와 인플레이션,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극복했다”며 “지난해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에 증시가 출렁인 것과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빠져나갔지만 퀀트 펀드가 미국 주식을 사들이며 매도물량을 받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기관투자가들은 미국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지속 가능성 등 주요 문제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문제일 것으로 봤지만, 컴퓨터는 다르게 본 것이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퀀트 펀드의 미국 주식 노출은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형 펀드에서 현금을 빼내 머니마켓펀드(MMF)에 쏟아붓고 있다.

파라그 타테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우리는 6~7주 동안 퀀트와 일반 투자자들이 (매수와 매도로) 균형을 맞추는 것을 봐 왔다”며 “2019년 이후 컴퓨터와 인간 투자자들이 이렇게 상반된 포지션을 취한 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퀀트 펀드가 수익률을 내면서 퀀트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헤지펀드리서치는 지난 3월 말 1조1300억달러(1491조원)의 자산을 보유했다. 전체 헤지펀드에서 25%를 차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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