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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를 겨냥한 해외 투자자·의결권 자문사들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다. 최근 일본 경제와 증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장밋빛 전망의 배경에는 일본 기업 경영에 관한 해외 투자자들의 개혁 요구 '등쌀'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요타가 일본 기업들을 수술대에 올리려는 해외 투자자들의 최전선이자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내달 14일 열리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도요다 아키오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글래스 루이스는 "도요타 이사 후보 10명 중 3명만이 독립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이는 이사의 3분의 1 이상이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이사회 구성 요건에 미달한다"고 설명했다. 아키오 회장은 올해 초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바 있다.
또 다른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도요타의 기후위기 관련 로비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앞서 덴마크 연기금인 아카데미커펜션 등 유럽 자산운용사 3곳이 도요타를 상대로 기후변화 대응 로비 활동에 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낸 바 있다. ISS는 해당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다.
올해 3월 블랙록 등이 캐논 주총에서 이사회 다양성 문제를 이유로 미타라이 후지오 CEO의 연임에 반대표를 던진 이후 일본 기업을 겨냥한 투자자들의 공세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에서는 전체 기업의 80%가 6월에 연례 주총을 개최한다"며 "이번 주총 시즌 기업설명회(IR)에서 일본 대기업들이 기존 경영진을 타깃으로 삼은 수많은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펀드 운용사들은 이사회 다양성 등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기업의 운영 안건 등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의무화하는 포괄 규정을 도입했다.
한편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억달러(약 26조5000억원)짜리 기업을 공짜로 삼키는 방법'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도요타 그룹의 지배구조를 언급했다. 지난주 전 세계 유수의 펀드 운용사 매니저들이 일본 도쿄를 방문한 자리에서 상호출자(cross-holdings) 방식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일본 기업들의 사례로 도요타 그룹을 들었다.
세계 최대 지게차 제조사 도요타 인더스트리는 도요타 자동차의 지분 7.31%을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도요타 자동차 지분 7.31%의 가치는 164억달러 상당이다. 이는 현재 도요타 인더스트리 시가총액의 85%에 해당한다. 이와 동시에 도요타 자동차는 전액 출자한 완전 자회사와 함께 도요타 인더스트리의 유통주식의 3분의1을 소유하고 있다. 상호출자 덕분이다.
이런 구조 하에서는 도요타 자동차가 도요타 인더스트리의 남은 주식 전량을 현재 시장가격보다 30% 할증된 가격에 인수하더라도 사실상 공짜로 기업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도요타 인더스트리가 소유한 164억달러어치 도요타 자동차 지분을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FT는 "글로벌 자산운용업계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도쿄에 모여 '바이 재팬(Buy Japan)' 서사를 읊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인수합병(M&A) 호재 가능성이 주가에 반영된다면 상승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