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수십 년간 공식처럼 굳어진 ‘60·40 전략’을 탈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상장 주식 규모만 약 3조390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작은 변화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상장 주식 규모는 약 3조3900억달러에 달한다.
블랙록의 1분기 투자 변동 사항을 살펴보면 에너지 기업과 금융사 지분을 소폭 줄이고 테크 관련주 비중을 높였다. 시장에선 이 또한 변동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블랙록은 올해 초 “전보다 자주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업종 등 큰 분류가 아니라 더 잘게 분류된 투자 자산을 골라야 할 때”라며 유연한 투자 전략을 강조했다.
1988년 래리 핑크 회장이 창업한 블랙록은 10조달러(약 1경3000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세계 연기금과 금융사 등에서 위탁받아 운용한다. 블랙록 산하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 아이셰어 시리즈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35%에 달한다.
블랙록이 지난 12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분기 말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정보기술(IT) 부문의 비중이 작년 4분기 21.3%에서 올 1분기 24.37%로 높아졌다. 이 기간 블랙록이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은 애플이다. 블랙록은 애플 지분율이 6.54%에 달하는 주요 주주로, 1분기에 580만 주가량을 추가로 사들였다. 두 번째로는 엔비디아 386만여 주를 매수해 지분율을 7.43%까지 끌어올렸다. 이어 MS와 테슬라 메타 순으로 주식을 많이 샀다.
블랙록이 1분기에 많이 매각한 주식은 에너지기업 셰브런으로 나타났다. 보유한 셰브런 주식의 1%가량인 150만 주를 매각했다. 이어 증권사 찰스슈와브, 엑슨모빌, 뱅크오브아메리카, 석유기업 코노코필립스 등이 순매도 상위 종목에 꼽혔다. 전체 에너지 부문의 비중은 5.03%에서 4.39%로, 금융은 16.44%에서 14.88%로 비중이 축소됐다.
상위권 대형주를 제외하면 업종별 일괄적인 조정보다는 개별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이뤄졌다. 블랙록은 GE헬스케어 주식을 1분기에 새롭게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약 21억9414만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입해 5.89%의 지분을 확보했다. 제약사 머크 주식 2억 주 가운데 563만 주가량을 줄이는 등 헬스케어 업종 비중은 작년 4분기 14.93%에서 지난 1분기에 13.62%로 줄어들었다.
에너지 부문에선 1분기에 2억3397만달러를 들여 천연가스 인프라 기업 DCP미드스트림의 지분 2.68%를 새롭게 추가했다. 태양광 기업 넥스트래커 주식 427만 주(지분율 9.3%)를 1억5000만달러가량에 매수하기도 했다. 블랙록 산하 투자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너지와 헬스케어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 불황을 견딜 수 있는 기업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