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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루프'처럼 반복되는 차별과 폭력, 32분에 담다 [별 볼일 있는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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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안 쉬어져요(I can’t breathe).”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숨졌다. 사인은 질식사.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경찰관이 현장 근처에 있던 그의 목을 7분가량 짓누른 결과였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무장하지 않은 흑인 남성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대대적인 시위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낯설고 먼’을 통해 영상으로 부활했다. 트레이번 프리·마틴 데스먼드로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을 맡았다. 미국 래퍼 조 본 버니지 스콧과 배우 앤드루 하워드가 각각 흑인 시민과 백인 경찰 역할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영화는 동일한 사건이 계속 반복되는 ‘타임 루프’ 형식으로 전개된다. 낯선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흑인 남성 카터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에 나섰다. 담배 한 대를 입에 문 순간, 백인 경찰 머크가 그를 마약 소지자로 보고 몸을 수색한다. 그는 부당한 조사라며 항의했지만 결국 목이 졸려 사망했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 다시 낯선 여자 곁에서 눈을 떴다. 카터와 머크의 지독한 악연은 이게 시작일 뿐이다. 도망도 가보고 저항도 해보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그렇게 99번째 아침을 맞은 그는 머크 경관과 모든 걸 터놓고 대화를 나눠보기로 한다. 과연 카터는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영화에는 몇몇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짧은 러닝타임(32분). 똑같은 사건이 계속 반복되는 탓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타임루프 장르의 단점을 최소화한 ‘신의 한 수’였다.

상영시간이 짧다 보니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덜어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필요한 장면에 힘을 줄 수 있었다. 장편영화 못지않게 깊은 스토리가 이 짧은 영화에 담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종차별 등 민감한 사회 이슈를 정면 돌파한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감독은 흑인을 ‘힘없고 불쌍한 피해자’로 묘사하지 않았다. 영화의 배경도 가난한 흑인들이 모여 사는 슬럼가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시내에서 찍었다.

영화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아닌 밝고 생동감 있는 색감을 채택했다. 주인공 카터는 수준 높은 언변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로 설정했다. 이 모든 장치는 흑인을 단순한 사건 피해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권리 주체로 격상시킨다.

‘낯설고 먼’은 2021년 미국 아카데미 단편영화상을 받았다. 프리 감독은 수상 소감을 통해 타임 루프처럼 반복되는 인종 차별과 공권력의 폭력을 꼬집었다. “미국 경찰이 오늘도 사람 3명을 죽일 것이고 내일도 3명을 죽일 것이다. 1년으로 계산하면 1000여 명이 죽는 셈이다. 이 중 많은 수, 대부분은 흑인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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