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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스마트폰·서버에 '과의존'…수요처 다변화해야"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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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도체 수출 변동성이 경쟁국인 대만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과 미국의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출에 집중된 수요구조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반도체 수출이 40%가량 줄어든 것도 수요처 부진이 겹친 영향으로 파악된다.
한국 수출변동성 대만의 1.9배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경제전망 핵심이슈 '우리나라 반도체 수요구조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은 조사국 박성하 차장과 이규환·조주연·김형지 과장 등은 한국의 지난 10년간 수출액 변동성(전년 동월비)이 대만의 1.9배(표준편차 기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대만에 비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수요처 경기변동과 산업 구조 변화에 취약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 다른 반도체 생산국인 일본에 비해서는 변동성이 2.7배나 높았다.

이는 한국의 반도체를 공급받는 수요처가 특정 분야와 국가에 집중된 영향이다. 한국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의 55%를 중국으로 보냈다. 베트남은 12%, 대만은 9%, 미국은 7%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주로 중간재 수출형태로 이뤄진다. 중국과 베트남은 한국 반도체를 받아 스마트폰, PC, 서버용 반도체를 생산해 자국 내에 유통하거나 다른 국가로 다시 수출한다. 미국은 자국 내 데이터센터 구축에 주로 사용한다.

한국이 생산해 수출한 반도체의 44%는 최종적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판매가 9.1%, 중국이 9.0%였다. 중국은 한국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낮지만 자국 스마트폰에 한국 반도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20.6%는 주로 미국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구축에 들어가는 서버용 반도체였다. 한국산 반도체 수요의 65% 가량이 스마트폰과 서버에 집중돼있는 형태인 것이다.

반도체 종류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의 44%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72.3%(2021년 기준)가 모바일에 집중됐다. 반도체 수출의 56%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39%가 서버용이었다.

반면 대만은 반도체 수요가 한국보다는 다변화돼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용 비메모리 반도체, 일반 가전제품용 반도체 등이다. 스마트폰, 서버 비중이 높지만 이외에도 경기에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품목이 있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미국 서버·중국 스마트폰 '과의존'
최근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집중된 수요가 동반부진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 전년 동월비 감소로 돌아선 후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 4분기 -24.5%, 올 1분기 -39.2%, 지난달 -40.5% 등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우선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수요둔화가 문제다. 한국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의 55%를 중국에 수출했는데, 이는 지난 2018년 67%에 비해 12%포인트나 적은 것이었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이후에도 이같은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내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한국산 반도체의 수요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국회에서 이와 관련해 "중국에 수출하는 상품이 중간재인데 중국 기업이 중간재를 굉장히 많이 생산하는 게 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외교의 문제가 아니고 중국에 대한 수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 기업의 생산이 적어 해외 기업에 여전히 의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수요가 감소한 것도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주고 있다. 4월엔 대 미국 반도체 수출이 68.6% 줄어 중국과 베트남 등에 비해 감소세가 더 컸다. 빅테크 기업들이 실적악화와 경기 불확실성 우려 등으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축소한 영향이다. 팬데믹 기간 중 급격히 늘어난 스마트폰 소비도 감소세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메모리 늘리고, 베트남·인도 개척해야
한은은 이같은 국내 반도체 수요구조를 다변화해야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종류별로는 경기에 민감해 가격 변동성이 높은 메모리 반도체보다 비메모리 반도체 비중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스마트폰에 집중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자동차, 인공지능(AI) 등으로 확대하면 경기 진폭에 따른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이 중국을 대신하는 중간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는 점도 점검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미·중 갈등과 중국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생산지를 다변화하는 가운데, 베트남 시장이 저임금 노동력과 중국 시장 접근성을 바탕으로 제조시설을 유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도에도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점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보조금 수혜기업의 중국내 설비확장을 제한하고 있으며, 중국은 중요 인프라 운영자에 대해 미국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생산·투자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영향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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