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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홀로 돈 풀기 반대했던 'Fed의 돈키호테' 호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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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편의 드라마가 있다. 주인공은 외로운 투쟁을 하는 중앙은행가다. 경제를 살린다며 점점 더 과격한 통화정책을 펴는 동료들에게 맞서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 동료들은 경고를 무시하지만, 결국 그의 말이 맞았다는 사실이 몇 년 뒤 드러난다.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은 이렇게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내용을 담은 책이다. 실제 인물인 토머스 호니그 전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총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미국 중앙은행(Fed)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가 불러온 폐해를 고발한다. 자산 거품을 불러오고, 시장을 교란하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했다고 지적한다.

저자 크리스토퍼 레너드는 경제 전문 언론인이다. 그는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경제 이야기를 소설처럼 재미있게 풀어낸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제롬 파월 등 Fed 주요 인사의 내밀한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책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위험하다. 영웅적인 주인공과 악당 같은 Fed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명쾌하지만 현실의 복잡함을 담아내지 못한다. 책은 호니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실제 있었던 전체 그림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2010년 11월 3일은 FOMC가 제2차 QE를 의결한 날이다. 이듬해 6월까지 6000억달러어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안에 대해 버냉키 의장을 비롯한 10명의 위원이 찬성했다. 호니그는 홀로 반대했다. 그는 QE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했다. 오랫동안 안전하게 돈을 넣어두는 용도로 이용되던 장기 국채의 금리가 대폭 낮아진다면 투자자들은 더 나은 수익률을 좇아 위험한 투자에 나설 터였다.

저자는 호니그를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원칙주의자로 묘사한다. 호니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2009년만 해도 Fed의 유례없는 정책에 계속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과도하다고 봤다. 그는 1973년부터 캔자스시티 Fed에서 일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었다. 닷컴 거품 붕괴를 덮기 위해 금리를 내린 것이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지는 등 Fed가 하나의 자산 거품을 다른 자산 거품으로 대체하며 경기를 진작하는 걸 봐왔다. 그래서 신중론을 폈지만, 동료들을 설득하지 못한 채 2011년 초 65세의 나이로 Fed에서 은퇴했다.

Fed는 이후 3차 QE에 나섰고 시장엔 돈이 흘러넘쳤다. 기업들은 싸게 돈을 빌려 공장을 짓거나 연구개발에 투입하지 않았다. 자사주를 매입했다. 부채 조달 비용은 연 0.45~1.6%밖에 되지 않은 데 반해 주식에는 연 2.5%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온갖 자산 가격이 올랐다. 이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자산을 많이 가진 소수의 부자였다.

여기까지가 호니그의 눈으로 본 세상이다. 저자의 관점이기도 하다. 거짓은 아니지만 진실도 아니다. 많은 부분이 생략돼 있고, QE의 문제점만을 부각한 관점이다.

책은 2010년 Fed가 2차 QE에 나선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긴급 구제금융 이후 나아지는가 했던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져들고 있었다. 유럽에선 재정위기가 불거졌다. 경기 회복 속도가 너무 느린 것도 골치였다. 높은 실업률이 고착화하고 잠재 성장률이 깎여 정상 경제성장 경로를 영원히 벗어날 위험이 있었다.

2차 QE가 장기 금리 하락을 목표로 정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일본은 2001~2006년 QE를 시행했다. 자산을 매입해 은행들만 쓸 수 있는 돈인 지급준비금을 은행권에 불어넣었다. 하지만 은행 대출을 강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았다. Fed는 지급준비금을 주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 금리 자체를 내려 경기를 살리려 했다.

성과도 없지 않았다. 미국은 선진국 중 가장 견조한 성장을 보였다. 2019년까지 10년 동안 미국 경제 규모는 50% 커졌지만 유럽연합(EU)은 제자리걸음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1년 인플레이션 우려에 성급하게 금리를 올리는 실수를 했다. 읽어볼 만한 책이다. 다만 이 책만 읽어선 안 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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