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26일 08: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남산 그랜드햐앗트 호텔 인수를 위한 분수령인 중도금 납입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블루코브자산운용 펀드에 자금을 대려는 투자자들은 하얏트 호텔의 자산가치는 높게 평가하면서도 호텔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배상윤 KH그룹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00억 중도금 모집 막판 협의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블루코브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중도금 지급을 위해 투자자들과 막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앞선 2월 블루코브는 하얏트호텔을 7300억원에 인수하는 지분 양수도 계약을 KH그룹과 체결했다. KH그룹의 하얏트호텔 인수금융 3500억원을 떠안으면서 현금 3800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블루코드는 이달 말 중도금으로 총 16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재무적 투자자(FI)보다는 배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전략적 투자자(SI) 위주로 설득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코브는 연초 계약금 400억원을 지급한 데 이어 중도금 납입까지 마치면 블루코브가 하얏트호텔의 소유권을 갖기로 합의했다. 연말까지 잔금 1800억원을 지급하면 거래가 종결된다.
시장에서 하얏트호텔 매물 자체의 매력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 당초 1조원 이상으로 거론되던 하얏트호텔 가격이 KH그룹을 향한 검찰 수사와 그룹 계열사 재무 사정 악화로 7000억원대로 하락하면서다.
하얏트호텔의 대지면적은 약 1만7000평이다. 평당 인수가격은 4000만원 초중반 수준이다. 핵심 금싸라기 땅인 이태원 한남동에 이 정도 가격이면 인수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격리 해제 이후 하얏트호텔의 영업실적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얏트호텔의 매출은 1201억원을 기록했다. 직전해 740억원 대비 60%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도 29억원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호텔 측은 올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가 300억원 이상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블루코브는 내부 리뉴얼을 통해 호텔 가치를 높이겠단 계획이다. 호텔 상층부는 장기 투숙객 받아서 사실상 레지던스처럼 사용해 수익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비어있는 하층부 공간에는 상업시설 등을 유치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블루코브, 매도자 리스크 넘어설까
문제는 하얏트호텔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배 회장은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담합 의혹과 4000억원대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작년 6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해외 도피 중이다.투자자들은 배 회장과 연루되는 거래인 만큼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일부 기관투자가는 투자심의위원회 단계까지 논의가 진전됐다가 무산되거나 법무팀의 재검토 요청 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블루코브는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통해 우선주 형태로 투자를 받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배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무산됐다.
해당 지역 일대에 규제가 많아 신규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하얏트호텔 주차장 부지 역시 고급 주택 부지로 개발하려 했으나 인허가가 나오지 않자 결국 재벌가에 재매각되기도 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