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일대 노후 아파트와 주택의 재건축이 쉬워진다. 서울시는 그동안 아파트지구로 관리되던 동부이촌동 일대를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해 통합 재건축할 경우 용도지역 상향 같은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가람 이촌코오롱 한강맨션(조감도) 등 10여 개 단지도 재건축 때 인센티브를 주는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주상복합 허용·통합개발 유도
서울시는 8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기존 서빙고아파트지구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전환하는 ‘서빙고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아파트지구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해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1970~1980년대 지정한 용도지구다. 건축 정비계획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에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하게 됐다.계획안은 재건축을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역세권 과소필지로 구성된 이촌종합시장 일대와 무허가 및 맹지로 이뤄진 신동아아파트 북동측 개발잔여지 일대는 ‘특별계획가능구역’으로 지정했다. 통합 개발할 경우 용도지역 상향을 허용해 일대 공동개발을 권장했다. 용산공원~한강으로 남북녹지축이 이어지도록 신동아아파트 서측변으로 공원 설립이 가능하게 했다.
이촌종합시장 일대는 주거용도(복합화)를 허용했다. 저층부 상업 기능은 유지하고,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특별계획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아파트지구 내 상업 기능을 담당하던 중심시설 용지에도 주거용을 도입할 수 있게 했다. 개발잔여지에서 기존에는 허용되지 않던 비주거 용도 도입도 허용한다. 높이는 기존 5층 이하에서 대상지 여건에 따라 40m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층수 기준 약 12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는 높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지구에서는 주택용지에 상가를 지을 수 없도록 하는 등 제약이 많아 주상복합 같은 다양한 개발이 어려웠다”며 “이번 지구단위계획에 적용된 도시관리 수단은 정비계획 수립에도 적용할 수 있어 재건축이 쉬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리모델링 단지 영향받나
이번 지구단위계획으로 동부이촌동 일대 노후단지 아파트 재건축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서울시는 신동아파트와 한강맨션 한가람 등 총 10개의 주택단지를 각각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특별계획구역은 정비계획수립 때 가이드라인이 되는 지침이다. 특별계획구역 개발 지침에는 공공기여 등을 할 경우 현재 3종 일반주거지역인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 등으로 상향하는 것을 검토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다음달께 주민 열람공고를 시작해 하반기에 서빙고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을 최종 결정고시할 예정이다.업계에서는 동부이촌동 일대가 이미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조합원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동부이촌동 일대 아파트는 3종 일반주거지 법정 최대 용적률인 300% 이상으로 지어졌다. 서울시 조례상으론 250%까지 제한받기 때문에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았다. 하지만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이 되면 400%(법 상한 500%)까지 용적률을 올릴 수 있다. 재건축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가람(2036가구), 우성아파트(243가구), 강촌(1001가구), 이촌코오롱(834가구), 한강대우(834가구) 등 이촌역 일대 아파트가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거나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중 한가람과 이촌코오롱, 이촌우성 등은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다.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이촌동 아파트 단지 내에선 오랫동안 ‘재건축파’와 ‘리모델링파’ 간 다툼을 벌여오다 최근 몇 년간 리모델링으로 정리되고 있었다”며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 보려는 입주민이 늘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박진우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