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선 자동차와 오토바이 행렬. ‘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Grab) 차량과 녹색 조끼를 입은 고젝(Go Jek: 면허가 있어야 영업할 수 있는 오토바이 택시)이 눈에 띄고, 온 가족을 오토바이에 태운 채 달리는 위험천만한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곳. 얼마 전 출장차 방문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의 일상이다.
세계 4위 인구대국 인도네시아는 베트남과 더불어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여러 나라가 진출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대표 동남아 국가로 꼽힌다. 필자가 몸담은 KB금융그룹도 7개 계열사가 진출해 상호 시너지를 내려고 노력 중이다.
글로벌 진출은 국내 보험사에 해묵은 숙제다. 출생률 감소로 인구절벽을 걱정해야 하는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은 더 커졌지만 아직 실적은 미미하다. 일본의 ‘솜포재팬’이 20% 이상의 수익을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간 외형 확장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현지 규제 등이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최근 감독당국의 행보를 보면서 “현지 규제가 조금씩 걷힐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
얼마 전 한국·인도네시아 금융협력 포럼에 감독당국이 참석해 현지 주요 인사와 만나 서로 소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한 참석자 모두는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인 ‘바틱’ 셔츠를 입고 외빈들에게 우리의 진심을 전달하기도 했다. 감독당국의 지원사격이 본격화한 지금이 어쩌면 해외 사업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적기일 것 같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와 더불어 언어, 생활 습관, 문화 등 우리와 모든 것이 다른 동남아의 경우 치밀한 현지화 전략이 요구된다. 국내 기업 코웨이가 이슬람교도가 많은 말레이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물도 식품이다”라는 구호를 내세운 것도 좋은 사례다. 코웨이는 식품회사에서 주로 받는 할랄 인증을 정수기업계 최초로 받아 현지 업계 1위까지 올랐다고 한다.
모두가 글로벌, 현지화를 외치지만 달콤한 열매는 그냥 열리는 것이 아니다. 언어 역량은 기본이고 표정이나 감정 같은 비언어적 소통,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철저한 시장조사는 물론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경영진의 인내 역시 꼭 필요하다.
전세를 뒤집고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개 이상의 부대가 서로 협력하는 것을 ‘연합작전’이라고 한다. 글로벌 시장 본격 상륙을 위해 금융당국과 보험회사가 만나 펼치는 ‘2023 연합작전’을 발판 삼아 우리 보험업계에 새로운 성장엔진이 장착되길 소망해본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