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로켓 ‘누리호(KSLV-2)’ 3차 발사가 예정 시간을 2시간14분 앞두고 돌연 연기됐다. 액체헬륨의 압력을 낮춰주는 발사대 ‘해압밸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밸브 제어 소프트웨어(SW) 문제로 추정 중이다. 항우연은 누리호를 발사대에 세워둔 상태에서 밤샘 점검 작업을 하고 다음 발사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발사 2시간 전 중단 발표
누리호 3차 발사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24일 오후 4시10분께 긴급 언론 브리핑을 열고 “유·공압 공급라인(엄빌리칼)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발사자동운용(PLO)에 들어갈 수 없다고 판단해 발사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문제는 발사대와 연결돼 액체헬륨의 압력을 낮추는 기능을 하는 해압밸브에서 발생했다. 발사대는 누리호가 세워지면 엄빌리칼을 연결해 연료와 액체헬륨을 공급한다. 영하 180도로 냉각된 액체헬륨은 220bar(바·대기압의 220배)의 초고압으로 공급된다. 엄빌리칼은 발사를 앞두고 자동 해제된다. 안전한 해제를 위해서는 압력을 대기압 수준인 1bar로 낮춰야 한다. 항우연은 해압밸브 자체는 정상인 것으로 판단했다. 수동으로는 작동했기 때문이다.
발사를 눈앞에 두고 기술적 문제로 연기하는 일은 로켓 발사 과정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작년 6월 누리호 2차 발사 때도 기립 상태에서 점검 중 문제가 발견돼 조립동으로 되돌아갔다. 액체헬륨 탱크 내부의 레벨 센서가 비정상적인 수치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2009년 8월 ‘나로호(KSLV-1)’ 1차 발사 당시에도 압력 측정 관련 SW 오류로 이륙 7분56초를 앞두고 발사가 중단됐다. 나로호 3차 발사를 시도했던 2012년 11월에도 최종 발사 시간 발표 전 연료를 주입하는 연결 부위가 새는 문제가 발생해 발사가 미뤄졌다. 항우연은 이날 밤 관련 기기를 점검하고 이르면 25일 다음 발사 일정을 정할 계획이다.
○실용·큐브위성 8기 분리 도전
누리호 3차 발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첫 발사체 개발 후 연속으로 발사에 성공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해외 우주 선진국도 첫 발사 후 반복 발사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이 현재까지 우주 탐사에 사용하는 로켓 ‘아틀라스’ 호는 1990년 첫 발사 성공 후 이어진 두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발사에서 실패했다. 러시아의 로켓 ‘소유스’ 호는 2015년 12월 두 번째 발사에서, ‘앙가라’ 호는 2021년 12월 세 번째 발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중국은 2017년 7월 ‘창정 5호’의 두 번째 발사에서 위성의 궤도 투입에 실패했다.실용 위성을 궤도에 올린다는 점도 3차 발사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우선 고도 550㎞에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투입한다. 가로·세로·높이 97.4×134×82㎝, 무게 180㎏의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영상 레이더(SAR)를 탑재했다. 해상도 5m, 관측 폭 40㎞의 X대역(주파수 8~12㎓) 마이크로파로 지구를 관측한다. 보통의 광학카메라와 달리 빛과 구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벤처기업 져스텍과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큐브위성 3기도 이번에 우주로 향한다. 우주 방사선을 검출하고 광학카메라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 임무다. 우주쓰레기 경감 기술도 실증한다. 마지막엔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개발한 우주기상관측 군집(群集)위성 ‘도요샛’ 4기가 분리된다. 도요샛은 중량 10㎏ 이하 나노급 위성이다. 편대 비행을 시도하며 플라즈마 등 우주 날씨의 시공간적 변화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고흥(나로우주센터)=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