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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국수 팔던 시골서…'몸값 8조' 회사 배출한 사연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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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국수(메밀소바)는 일본 나가노현 소바가 최고죠."

일본 도쿄에서 서쪽으로 3시간 거리인 나가노현. 산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품질 좋은 메밀 덕분에 일본에서는 '메밀소바의 고장'으로 통한다. 부드럽고 풍미도 좋은 메밀 덕분이다.

소바와 함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세이코엡손(엡손)은 지역의 명물로 꼽힌다. 일본 '모노즈쿠리((物作り·장인정신)' 기업의 대명사로 꼽히는 엡손은 일본 도교거래소 상장사로 몸값은 8조원에 이른다. 프린터가 주력인 이 회사는 종이 출력을 기피하는 '페이퍼리스' 시대에도 몸값이 뛰고 있다.

지난 24일 찾은 나가노현 시오리지의 엡손 히로오카 사무소는 싱그러운 산바람이 불었다. 사무소 맞은편 산봉우리는 눈이 녹지 않은 설산이 뻗어있다. 사무소는 축구장 30개 크기인 22만㎡ 부지에 6800명의 임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 회사는 시골 동네인 나가노현 시오리지의 '대들보'다. 고용과 지역사회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어서다.


세이코엡손의 2022년 회계연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303억엔(약 13조1700억원), 951억엔(약 9410억원)을 거뒀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프린터로 지난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8%에 달했다. 주력인 전통 프린터 사업을 훼손할 '페이퍼리스' 기대가 도래했지만, 회사는 끄떡없다. 최근 석 달 새 주가만 15%가량 뜀박질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 경쟁력이 상승한 '엔저 현상'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회사의 신사업들에 대한 기대가 상당해서다.

히로오카 사무소 한켠에는 페이퍼랩과 섬유를 염색하는 프린터기기인 DTF (Direct To Fabric)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사의 DTF에 섬유를 넣으면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으로 인쇄된다. 통상 염료를 바탕으로 섬유를 염색하는 공정을 DTF가 대신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 섬유 공정은 염료를 사용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폐수가 나오고 적잖은 노동력도 요구된다'며 "반면 DTF 공정을 활용하면 폐수는 기존 공정의 20% 수준만 쓰고 인력 비용도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2016년 개발한 페이퍼랩도 이 회사가 기대를 거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폐지를 잘게 뜯어서 결합하는 과정을 반복해 깨끗한 종이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 기기는 1시간 동안 폐지로 A4용지 720장가량을 생산한다. 복사 용지는 물론, 명함과 팸플릿 용지 생산이 가능하고 종이 색상 및 두께도 조절 가능하다. 2500억엔(약 3억원)가량인 이 제품을 일본 롯데, 미즈호, SMBC, 산요 등 72개 기업이 사용 중이다. 엡손은 한국에서 2024년 페이퍼랩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세이코 시계 등을 제조하면서 쌓은 이 회사의 모노즈쿠리가 재차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오리지(일본)=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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