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 업계의 라이벌인 농심과 오뚜기 주가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K-라면' 인기로 농심이 최근 1년 50% 넘게 상승한 데 비해 오뚜기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매출에서 이런 차이가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24일 오후 농심은 전일 대비 3.86% 오른 43만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 43만7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농심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50.55% 상승(전날 종가 기준)하며 라면 업체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쟁업체로 꼽히는 오뚜기 주가는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오뚜기의 전날 종가는 45만7000원이다. 지난해 5월24일 종가인 45만500원에 비해 1.4% 오르는데 그쳤다.
두 업체의 해외 매출 비중이 주가를 갈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농심의 1분기 북미 지역 매출은 171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1% 늘어났다. 이 회사 1분기 전체 매출(8604억원) 가운데 19.9%를 북미 지역이 차지했다. 최근 ‘K-라면’의 해외 인기가 높아지면서 북미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 중국, 아시아. 호주 등을 합하면 농심의 1분기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은 30.7%를 차지한다.
오뚜기도 해외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전체의 10.3% 수준에 불과하다. 1분기 북미, 베트남, 중국, 뉴질랜드 등 해외법인 매출 합산액은 505억원으로 1분기 전체 매출(8568억원)의 5.8% 수준에 그쳤다.
달러당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환율도 수익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농심은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환산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오뚜기는 그렇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도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농심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1개월(4월21~5월23일) 사이 농심을 142억원 순매수했지만, 오뚜기는 20억원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해외 매출 증가가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농심의 실적은 한국·미국의 고성장에 따른 결과로 추가 성장 기대가 가능하다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뚜기의 원가율 상승 부담은 완화됐으나 환율 부담과 높은 내수 비중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까지 수익성 개선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