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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몰리는 '용·화·평'…기업이 경기도 인구지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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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논밭투성이의 경기 화성 인구는 19만1000명으로 성남의 약 5분의 1에 불과했다. 각각 38만6000명, 35만6000명이던 용인과 평택 역시 인구나 도시 인프라에서 한창 잘나가던 신도시와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20년 뒤 이들 후발 도시는 ‘반도체 역세권’에 힘입어 성남·고양·부천·안양 등 1기 신도시를 차례로 제치고 경기도의 인구 지도를 바꾸는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2000년 ‘수·성·고·부’(수원·성남·고양·부천)가 지키던 경기 ‘빅4’(인구순) 자리를 올 4월 기준 ‘수·용·고·화’(수원·용인·고양·화성)가 차지했다. 도내 도시 주도권이 1기 신도시에서 반도체 공장 인근의 이른바 ‘반세권’(반도체+역세권) 도시로 넘어간 것이다. 반도체와 전기차 등의 추가 투자가 예고돼 있어 10년 뒤에는 경기의 인구 지형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반도체 투자에 상전벽해한 인구 순위
2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4월 초 행정고시(훈령)를 통해 시·군 순서를 2021년 4월 개정한 ‘수원·용인·고양·성남’에서 ‘수원·용인·고양·화성’으로 변경했다. 화성시가 작년 말 인구(외국인 포함 94만9000명) 기준으로 처음으로 성남시(93만7000명)를 앞섰다. 1기 신도시의 간판주자 분당을 포함한 성남을 2001년 시로 승격한 화성이 앞지른 사건은 도내에서 화제가 됐다. 경기도의 한 고위 공무원은 “서울을 감싸는 ‘계란흰자’ 역할을 하던 1기 신도시의 시대가 끝나고, 산업과 일자리 중심으로 인구 구도가 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산본(일부), 성남 분당 등 1990년대 조성된 1기 신도시가 인구 정체 또는 감소에 직면한 상황과 대비된다. 성남시 인구의 정점은 2005년(98만3000명)이었고 부천시는 2010년(87만5000명), 안양시는 2005년(62만5000명) 후 감소 추세다. 그나마 면적이 넓은 고양시는 2020~2021년 107만9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인구가 줄고 있다.
‘100만 도시’ 넘보는 화성·평택
용인시는 삼성전자가 기흥캠퍼스에 집중 투자한 2000년 이후 급속도로 개발됐다. 주민등록 인구는 2000년 38만6000명에서 지난 4월 말 기준 107만4000명으로 2.7배 불었고, 외국인을 포함하면 2021년부터 고양시를 앞질렀다.

화성은 더 드라마틱하다. 2000년 가동을 시작한 삼성반도체 화성캠퍼스와 배후도시인 동탄1신도시가 인구 유입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시 승격(2001년) 직전인 2000년 인구 19만1000명의 소도시는 올 연말 인구 100만 명(외국인 포함)이 넘는 ‘메가시티’를 바라보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라는 양대 산업을 보유한 유일 도시라는 점이 인구 급증 비결이다. 지난달 24조원 규모의 전기차 투자 계획을 발표한 현대자동차그룹은 화성을 생산기지로 점찍었다. 이미 화성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1년 도내 시·군 1위에 올랐으며 2020년 GRDP는 81조9000억원으로 2위인 성남(46조8000억원)의 1.7배에 달한다. 시 관계자는 “동탄2신도시, 봉담·진안지구, 송산그린시티 개발사업으로 2035년엔 120만 명을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도내 부동의 인구 1위 자리를 지켜온 수원(4월 말 기준 119만 명)마저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평택 인구는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2000년 35만6000명에서 지난달 말 58만4000명을 넘어섰고, 2035년 목표 인구는 90만 명이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삼성전자가 6공장까지 계획된 투자를 마무리하고, 평택항 개발 등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2035년 ‘100만 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기도는 경기 남부벨트를 산업과 도시계획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유태일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은 “한국 지식산업은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수원·성남·용인으로 남하했는데, 이를 화성과 평택으로 어떻게 이어갈지가 최대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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