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추진한 HD현대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간 ‘빅딜’이 좌초된 데 이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까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 2위 사업자 간 인수합병(M&A)이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받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산은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나서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 협상이 난항을 겪자 2020년 11월 이동걸 당시 산은 회장은 아시아나의 경영난을 근거로 대한항공과의 합병 카드를 밀어붙였다. 산은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출자한 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삼각 딜’을 통해서다.
조 회장에게 산은의 도움은 천군만마였다. 당시 조 회장은 강성부 펀드(KCGI) 등 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있었기 때문이다.
강성부 펀드는 이후 조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호반건설에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경영권 분쟁에서 빠졌다. 산은이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에 넘기면서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HD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M&A 무산 과정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HD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을 계기로 물적분할을 통해 HD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지주사를 설립하고, 지주사 전환에 성공했다. 양사의 M&A는 유럽연합(EU) 반대로 최종 결렬됐지만, 현대중공업은 그 과정에서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종관/이지훈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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