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그오브레전드 프로 리그 LPL의 2번 시드 비리비리 게이밍(이하 BLG)이 2023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브래킷 스테이지 상위 라운드에서 한국리그 LCK의 대표팀들을 연달아 잡아내며 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19일 젠지 e스포츠를 상대로 승리한 데 이어 20일 T1마저 꺾으며 LCK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팀명과 달리 '비리비리'하지 않고 탄탄한 모습을 선보인 BLG는 오늘 저녁 8시 MSI 결승에 미리 선착한 중국리그 1번 시드 징동 게이밍(JDG)과 우승컵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결승전이 LPL 내전으로 치러지며 중국은 지난 2021년부터 3년 연속 MSI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 같은 BLG의 선전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BLG는 지난 2023 LPL 스프링 준우승을 차지하며 저력은 인정받았으나 우승 팀인 JDG 그리고 LCK의 젠지와 T1에 비해서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예선 격인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일정을 시작한 BLG는 북미리그 LCS의 골든 가디언스(GG)에게도 1세트를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4일에 열린 브래킷 2라운드에선 JDG에게 세트 스코어 0 대 3으로 셧아웃을 당하며 흔들렸고 이후 16일 2라운드에 LEC의 G2 e스포츠에게도 승리했지만 세트를 내주거나 경기 내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끝까지 살아남으면서 플레이인부터 많은 경기를 치러온 경험치와 적응력이 BLG에겐 큰 무기가 됐다. 동일한 패치하에서 다양한 상대와 경험을 치르면서 밴픽과 티어 정리 면에서 앞선 모습을 보였다. 1티어로 꼽히는 징크스가 열리면 가장 먼저 가져왔고 본인들이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이면 밴 카드도 아끼지 않았다. 징크스를 금지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자야와 라칸을 강제하면서 이를 제리와 룰루로 카운터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특히 티어가 많이 올라간 룰루를 지속적으로 먼저 챙기는 꼼꼼함도 돋보였다. 브래킷부터 일정을 시작한 젠지와 T1이 애니, 징크스, 룰루 등 고티어 챔피언을 상대에게 쉽게 내주는 아쉬운 면을 보인 것과는 상반됐다.
무엇보다 흔들리던 엘크(자오자하오)가 중심을 찾은 점이 BLG에겐 호재다. 원거리 딜러인 엘크는 특유의 공격성이 강점인 선수다. 하지만 JDG와 G2와의 다전제에서 다소 무리한 포지셔닝으로 유리한 경기를 역전당하는 단초를 제공하며 팀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하지만 젠지와 T1을 상대로 징크스로 완벽한 거리 조절, 제리로 안정적인 딜링을 꽂아 넣으며 폼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
LCK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MSI 우승컵 탈환을 노렸지만 실패하게 됐다. 한편 BLG와 JDG는 지난 브래킷 2라운드에 이어 결승전에서 다시 한번 대결을 펼친다. 당시에는 JDG가 3 대 0으로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젠지와 T1이라는 강팀을 연달아 잡아낸 BLG의 기세가 그때와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팽팽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