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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8년간 서울 어린이집 2000개 문 닫았다…"인구절벽 직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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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이 사라지고 있다. 서울에서만 지난 8년간 어린이집 2000여개가 문을 닫았다. 남아 있는 어린이집은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태어나자 마자 대기를 걸어야 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전문가들은 저출생과 사교육 연령 하향으로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서울시 보육통계에 따르면 서울 내 어린이집 숫자는 2014년 6787개에서 지난해 4712개로 8년 동안 2075개 줄어들었다. 폐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엔 337개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거의 매일 1개씩 어린이집이 사라진 셈이다.

살아남은 어린이집도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작년 서울시에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정원 충족률은 79.1%에 불과하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충족률이 8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2017년만 해도 90%를 넘겼지만 최근 5년 사이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2019년 88.5%에서 2020년 85.0%, 2021년 82.3%로 뚝뚝 떨어지다 지난해 80%선이 붕괴됐다.

민간 어린이집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서울 내 민간 어린이집은 총 정원 수 6만5662명 중 4만7079명(71.7%)을 채우는 데 그쳤다. 사회복지재단과 법인 단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각각 64.6%, 68.7%로 심각한 수준이다.

어린이집 연쇄 폐업의 가장 큰 이유는 저출생이다. 영유아 인구 감소로 어린이집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교육 시기가 빨라지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부모들이 좀 더 어린 나이부터 영어 등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유치원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손혜숙 경인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부모들이 기관을 선택할 때 보육보다는 학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특히 만 3세가 넘으면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영어유치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작된 인구절벽, 어린이집에 직격
21일 서울시 보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유아 인구(만 0~6세)는 34만5083명이었다. 2014년 55만9662명에서 8년 만에 38.3% 감소했다. 특히 만 0~3세 영아의 감소세가 가팔랐다. 같은 기간 32만3855명에서 17만6989명으로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아이들이 줄면서 어린이집 폐원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내 운영 중인 어린이집은 2013년 6742곳에서 2022년 4712곳으로 줄었다. 10년 간 세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태어나자마자 대기를 걸어야 들어갈 수 있다던 국공립 어린이집도 상황도 어려워졌다. 서울 국공립 어린이집 충원율은 2014년 88.4%에서 2022년 79.1%로 80% 아래로 떨어졌다.

그나마 있는 아이들은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을 택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교육을 받기 위해서다. 흔히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가장 큰 차이는 '책상 교육의 비중'이라고 한다. 어린이집은 매트에 둘러앉아 함께 노는 보육이 주를 이루지만 유치원은 책상에 앉아 배우는 데 초점을 많이 둔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적응을 위해 미리 유치원을 보내야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유치원에 다닐 수 있는 나이(만 3~5세) 가운데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는 2014년 10만735명에서 작년 6만6970명으로 3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유치원 원아 수는 9만1195명에서 6만6524명으로 27.0%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박창현 유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보육보다는 교육을 원하는 부모들이 증가하면서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이들이 만 3세가 되면 유치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빨라진 사교육 시기·영어유치원 선호도 한 몫
최근에는 유아 대상 영어 학원(영어 유치원)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이 역시 교육이 이유다. 유치원 단계의 국가 교육과정인 누리과정(만3~5세 대상 교육과정)이 학습이 아닌 ‘놀이’ 중심으로 바뀐 탓이다.

교육부는 2019년 누리과정을 학습 중심에서 놀이 중심으로 개편했다. 놀이·체험활동을 통해 문자에 대한 호기심만 높인 뒤 한글 학습은 초등학교 입학 후 배우도록 하고 있다. 이에 공립 유치원 대부분은 영어 교육은커녕 한글 교육조차 하지 못한다.

영어유치원은 방학이 짧고 셔틀버스도 운행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의 선호도가 높은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영어 유치원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영어 유치원 숫자는 2015년 162개에서 2022년 269개로 107개(66.0%) 늘어났다. 유아 인구 감소에도 영어 교육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꼭 필요한 교육은 오히려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혜숙 경인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영어 유치원은 학원으로 분류돼, 영유아 시기에 필요한 인지, 정서, 사회성, 신체 발달 등 전인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도 “학업 경쟁의 나이대가 계속해서 낮아지고 영유아 시기의 학습이 대학 입시 결과와도 직결될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생각으로 인해 영어 유치원 인기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혜인/강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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