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예정일이 7월 1일인데 이보다 일찍 출산하면 어떡하죠?”
서울 마포구에 사는 권모씨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산후조리비를 받기 위해 출산일을 일부러 늦추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서울시가 올 9월부터 시행하는 산후조리비 100만원 지원 사업을 두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시가 지원 대상을 올해 7월 1일 이후 출산한 서울 시민으로 한정해 이전에 출산한 산모들이 정책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시 온라인 시정 플랫폼인 ‘상상대로 서울’에는 산후조리비 지원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출산했거나 출산 예정인 산모들의 소급 지원 요청이 다수였다. 시는 지난달 11일 6개월 이상 서울에 거주한 산모를 대상으로 한 산후조리비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산후조리비 지원이 시작되는 9월 1일을 기점으로 두 달 전인 7월 1일 이후 출산하는 산모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산후조리를 위해 회복이 필요한 기간을 ‘출산일 기준 60일 이내’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 아이를 낳은 산모들은 수혜 대상에서 빠졌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올 4월까지 서울시 출생등록 인원은 1만3872명이다. 지난 3년 동안의 5~6월 서울시 출생 등록자 수 평균치(7701명)를 감안해 계산하면 2만여 명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소급 적용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비슷한 사업을 시행하는 경기도는 올해 출산한 산모까지 소급 적용해 지원금을 주고 있다. 5월 초 아이를 출산한 김지은 씨(32)는 “한두 달의 출산일 차이로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경기도처럼 올해 출산 산모 모두에게 산후조리비를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관련 민원이 급증하자 민원사항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시 가족다문화담당과 관계자는 “예산 확보 등의 문제가 있어 지원 대상을 당장 늘릴 순 없지만 내부적으로 시민 불편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1~6월 산모를 대상으로 늘릴 경우 약 2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예측 가능하고 형평성 있는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자체마다 다른 저출산 대책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특히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정책은 상대적 박탈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