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끝난 뒤 상승하던 미국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율이 다시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뿐 아니라 정부 세수와 주변 상권 매출도 동반 감소하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직원들이 늘면서 미국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율이 최근 들어 다시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 업무환경을 모니터링하는 스쿠프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직원들이 풀타임으로 사무실에 출근해야 하는 기업 비율은 3개월 전에 49%였으나 이달 들어 42%로 감소했다.
조사 대상인 4500개 기업 중 58%의 기업이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었으며 직원들은 1주일 중 평균 2.5일만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사무실 이용률도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었지만 그 비율은 정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버트 새도우 스쿠프 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는 "노동 공급이 부족하고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고 있어 기업들이 사무실 근무를 강하게 밀어붙이기를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 복귀가 지연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상업용 건물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 건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또한 건물에서 나오는 재산세 수입이 줄어드는 지방 정부도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사무실 주변의 식당과 주점, 소규모 사업체들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WFH리서치는 뉴욕 기준으로 재택근무하는 직원이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연간 약 4600달러(약 620만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이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뉴욕시는 정책 실험을 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은 2000년 이전에 지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건물주에게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업무공간이 현대적으로 바뀌면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서다.
'플레이서 AI'가 휴대폰 데이터를 통해 사무실 이용율을 추적한 결과 사무실 출근율은 2019년의 60%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역별로는 전통적인 정유업체나 제조업체들이 많은 텍사스의 사무실 복귀율이 60%대로 가장 높았다. 반면 기술 기업이나 금융 업체들이 많은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 등의 사무실 복귀율은 낮았다.
새도우 CEO는 "일부 기업들이 주5일 사무실 근무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여러 상황상 하이브리드형 근무가 더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