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하락한 점은 17일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점 등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증시 하락 출발 전망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0.3% 내외 하락 출발 후 경기 둔화와 미국 부채한도 협상 불안 심리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연구원은 "미 증시가 실물 경제지표 발표 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높아진 가운데 다우지수 등이 하락한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며 "비록 나스닥은 장중에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경기 둔화 우려 속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일 뿐 대부분의 종목군이 약세를 보이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합의가 된다고 해도 지출 감소안이 통과된다면 단기적인 호재일 뿐 중기적으로 경기 둔화 이슈로의 전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국내 증시 약보합 출발할 전망"이라며 "미국 증시가 부진했고 주요 자동차, 메모리반도체 기업들 주가 하락은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증시는 일본의 신고가에 비해 매우 아쉬운 모습인데 경기민감주가 많은 상황에서 성장주인 2차전지가 상승 동력이 약해져 지수 상승이 제한되고 있다"며 "시장이 상승하려면 경기에 대한 확신이 생겨야 하는데 수출증가율, 무역수지가 최악은 지나가고 있고 반도체 업황 개선도 기대는 되지만 속도가 너무 느린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락 마감한 美 증시
미국 뉴욕증시는 부채한도 협상과 소매 판매 지표, 홈디포 실적 등을 주시하며 하락했다. 특히 장 막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채한도 협상을 위해 아시아 순방 일정을 축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낙폭이 커졌다.
16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지수는 1.01% 하락한 33012.14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0.64% 떨어진 4109.90으로, 나스닥지수는 0.18% 내린 12343.05로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열리는 정치권의 부채한도 협상과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 소매기업들의 실적 등을 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이날 오후 3시경부터 부채한도 협상을 시작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부채한도 협상을 위해 아시아 순방 일정을 단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장 마감 직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의회 지도부와 부채한도 협상을 한 후 주요 7개국(G7)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17일 일본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이후 G7 회의가 끝나는 21일에 곧바로 귀국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NBC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당초 24일까지 파푸아뉴기니와 호주 등지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일정을 단축해 21일에 G7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돌아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전날 부채한도가 유예되거나 상향되지 않으면, 오는 6월 1일 연방정부가 채무를 갚지 못하는 디폴트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도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금융시장이 붕괴하고, 침체가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패닉이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과 (자산시장에서의) 탈출, 헐값 매각을 촉발하는 수많은 금융시장 붕괴를 생각할 수 있다"라며 이러한 금융위기는 경기 침체의 정도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4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4% 늘어난 6861억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2월부터 감소세를 보였던 소매판매가 석 달 만에 늘어난 모습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0.8% 증가보다는 부진했다.
소매기업들의 실적도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날 주택 자재 판매업체 홈디포는 예상치를 밑도는 매출을 발표하고 연간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하향하면서 주가는 2% 이상 하락했다.
다음날에는 다른 소매기업인 월마트와 타깃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소매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하반기 전망이 하향될 경우 경우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Fed 당국자들이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도 나왔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오는 6월 금리 결정은 지표에 달렸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한 행사에 참석해 아직은 금리를 동결할 지점에 있지 않다고 언급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두번째 부채한도 협상 타결 실패
미국이 이르면 다음 달 초 사상 초유의 국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16일(현지시간) 다시 만나 부채 한도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외국 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순방 중에도 의회 지도부와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을 만나 부채 한도 상향 문제에 대한 협상을 재개했다. 이날 회동은 본격적인 부채 한도 협상으로는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이날 오후 3시께 공개 발언 없이 협상을 시작했으며 약 1시간 만에 협상을 끝냈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회동 뒤 기자들에게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타결하는 게 가능하다"며 "짧은 시간에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대화가) 좋았고 생산적이었다"면서 "우리 모두 디폴트는 끔찍한 선택지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회동에서 "다양한 어려운 현안을 두고 아직 더 할 일이 남았지만 양측이 선의로 협상하고 누구도 원하는 것을 다 갖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면 예산에 대한 책임 있는 초당적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낙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동 뒤에 참석한 유대계 미국인 행사에서 "아직 할 일이 있다"면서 "우리가 디폴트를 피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전을 이룰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이 세수를 늘리는 방법은 고려하지 않아 실망했다고도 말했다.
부채 한도는 미국 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의 최대치를 의회가 설정한 것으로 이를 초과해서 국채를 발행하려면 의회가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 백악관은 의회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을 포함해 과거에도 78차례나 한도를 상향했고 이번에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정부의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도 상향에 동의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가 조건 없이 부채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재정 개혁은 별도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두 사안을 연계한 협상이 진행돼왔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핵심 쟁점은 정부 지출 중 어떤 프로그램을 삭감하느냐로 지금껏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회동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 양 측의 보좌진들은 저소득층이 정부로부터 식품 구매 등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공화당은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수혜자가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논의할 의향이 있지만, 민주당은 부정적이라고 WP는 전했다.
협상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없자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9∼21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연계한 순방 일정을 단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에 있는 동안에도 의회 지도부와 통화하고 귀국한 뒤 다시 만날 계획이며 그동안에는 백악관의 스티븐 리셰티 선임고문과 샬란다 영 예산관리국장, 루이자 테럴 입법 담당 국장이 매카시 하원의장의 팀과 협상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JP모건 "지역은행 추가 인수 없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위기에 처한 지역은행을 또 인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먼 CEO는 이날 연례 주주총회에서 다른 은행을 추가 인수할 수 있느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그럴 것 같지 않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 3월 초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 시작된 중소 규모 지역은행들의 연쇄 위기에 JP모건은 이달 초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했다.
월가의 최장수 CEO인 다이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하는 등 소방수로 활약한 바 있다.
이번 결정에 관해 다이먼 CEO는 "퍼스트리퍼블릭은 우리의 부(富)를 더욱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양사 통합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이먼 CEO는 아직 불안정한 은행 시스템이 "바라건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지역은행들의 금융 건전성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 은행 시스템의 혼돈과 관련해 대부분의 리스크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숨겨져 있다"며 "금융당국의 규제 요건을 강화했더라도 별 차이가 있었을 것 같지 않다"며 당국이 이번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건은 금리와 물가상승률이 장기간 높은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이보다는 "대규모 지정학적 사건이나 사이버 공격, 시장 혼란"이 더 큰 걱정거리라고 다이먼 CEO는 전했다.
외식물가 줄줄이 상승
국내 대표적인 외식 품목의 가격이 지난 4월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냉면은 1만1000원, 삼겹살은 2만원, 자장면은 700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1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지역 평균 가격이 작년보다 최고 13% 가까이 뛰었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삼계탕이었다. 지난해 4월 서울지역 평균 1만4500원이던 삼계탕 한그릇 가격은 지난달 1만6346원으로 12.7% 상승했다.
자장면은 6146원에서 6915원으로 12.5% 올랐고, 삼겹살(200g 환산 기준)은 1만7261원에서 1만9236원으로 11.4% 상승했다.
이밖에 김치찌개 백반(7154원→7769원, 8.6%↑), 김밥(2908원→3123원, 7.4%↑), 냉면(1만192원→1만923원, 7.2%↑), 비빔밥(9538원→1만192원, 6.9%↑), 칼국수(8269원→8808원, 6.5%↑) 등 조사 대상 품목 가격이 모두 올랐다.
8개 품목 가운데 냉면, 자장면, 김치찌개 백반, 칼국수 등 4개는 지난달보다도 1∼2%씩 가격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현재 1만원으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외식 품목은 김치찌개 백반과 자장면, 칼국수, 김밥 등 4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에는 비빔밥도 포함돼 있었으나 올해 1월 1만원선을 넘으면서 빠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지수는 117.15(2020년=100)로 전달보다 0.7% 상승했다. 2020년 12월부터 29개월간 매달 쉼 없이 올랐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