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KT 본사 등을 16일 압수수색했다. 이날 강제 수사 절차를 시작으로 구현모 전 KT 대표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KT 본사와 KT텔레캅 등 계열사, 협력업체 및 관계자들의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구 전 대표 등이 그룹 보안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시설관리업체인 KDFS에 몰아준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KT텔레캅이 KT그룹과 거래액이 컸던 KFnS의 물량을 차감하고 KDFS와 거래액을 부당하게 늘리거나, KT텔레캅이 KDFS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기존 품질평가 기준을 변경했다는 의혹을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토대로 혐의를 특정한 뒤 구 전 대표를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은 지난 3월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했다는 혐의(업무상 배임) 등으로 구 전 대표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구 전 대표는 이 외에도 KT가 소유한 호텔에서 납품 대금 부풀리기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정치권의 로비 자금으로 사용하고, 이사회 장악을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혐의로도 고발됐다.
검찰은 구 전 대표가 자신의 쌍둥이 형 회사를 비싼 값에 인수해 준 현대자동차에 보은하기 위해 자회사를 동원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동서의 회사를 사줬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내부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향후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 영향이 있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KT는 현재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 대행을 맡아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KT는 이날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주주추천 사외이사 후보 접수를 마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