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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제이슨 데이, 5년만의 우승…"어머니·아내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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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 18번 홀. 쏟아지는 빗속에서 제이슨 데이(36·호주)의 약 65cm 거리의 버디퍼트가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버디가 성공한 것을 확인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캐디가 입고 있는 조끼 뒷면에 적혀있는 어머니의 이름이었다. 데이의 눈에서는 비와 함께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긴 슬럼프로 한동안 이름이 잊혀졌던 데이가 5년만에 우승을 올렸다. 데이는 이날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9개 뽑아내는 맹타를 휘둘렀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1타로 경기 내내 그를 바짝 추격했던 김시우(28)를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우승으로부터 1835일만에, 자신이 생애 첫 승을 거둔 대회에서 통산 13승을 세우며 부활을 알렸다. 이날은 미국의 어머니 날이어서 감격을 더했다.

데이는 PGA투어에서 '효자 골퍼'로 유명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쓰레기장에서 주워다 준 아이언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없는 살림에도 아들의 골프를 지원해준 아버지였지만 술주정에 폭력을 휘둘러 가족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데이를 잡아준 것은 어머니 데닝 여사였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데이를 기숙학교로 보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머니의 헌신 덕에 골프에 전념할 수 있었던 데이는 프로로 데뷔한 이후 성공의 길을 걸었다. PGA투어 통산 12승을 올렸고 2016년에는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하지만 2018년 웰스파고 챔피언십 이후 우승소식이 끊겼다. 허리부상이 심해진데다 어머니가 암투병 끝에 지난해 작고하면서 슬럼프가 깊어졌다. 그는 "지난 몇년간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골프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때 세계랭킹 1위였던 그였지만 지난 연말에는 랭킹이 115위까지 떨어졌다.

어머니와의 작별 이후, 그는 다시 골프에 매진했다. 그는 "밤새 스윙에 대해 고민하다가 아침이 되자마자 코치에게 전화해 의견을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다시 상승세를 만들어낸 것은 올 초부터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커트 통과에 급급했던 그였지만 올해는 9개 대회에 출전해 5번의 톱10을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내내 전성기 때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비거리에 정확도, 퍼트까지 더해지면서 무결점 플레이로 완승을 만들어냈다. 그는 "오늘의 우승을 나를 키워주신 어머니와 곁을 지켜준 아내에게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 잡아내는 맹타를 휘두른 김시우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오늘 결과로 자신감을 얻었다. 좋은기분으로 다음주 시작하는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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