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과 동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다.” 회사에서 직원 채용을 위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화려한 스펙은 기본이고 정제된 언어로 논리적인 답변을 척척 해내는 우수한 인재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어렵게 뽑은 인재들이 입사 몇 년 만에 퇴사하는 경우가 잦다.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너무 지쳐서 쉬고 싶다”거나 “연봉이 낮더라도 업무 강도가 덜한 곳으로 이직한다”는 답변을 들을 때면 안타깝다. 설득도 해 보고 휴직을 권해봐도 소용이 없다. 다른 로펌도 상황은 비슷하다. MZ세대가 성장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그들이 겪는 ‘번아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MZ세대는 미취학 아동기부터 사회구성원이 된 지금까지 과도한 학구열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라왔다. 아동기에는 영어유치원, 중학생 때는 전국적인 특목고 열풍, 고등학생 땐 명문대 입시 경쟁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대학 입학 후엔 명문 법학전문대학원을 목표로 학점 관리는 기본, 남들과 다른 스펙 쌓기, 법학적성시험(LEET) 준비에 전념했다.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원하는 로펌에 입사하기 위해 동기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로펌 입사 후에도 파트너로 성장하기까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거나 조금이라도 궤도에서 이탈하면 낙오하고, 다시 이를 만회하기가 매우 어려운 사회적 환경이다.
필자와 같이 사법시험을 준비한 X세대들은 대학 학점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대학은 인생의 휴식기였다. 명문대에 못 들어가도 열심히 노력해 사법시험에 합격한다면 얼마든 만회할 기회가 주어졌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할 수도, 잠시 궤도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잡고 일어섰을 때 이를 만회할 기회를 부여받은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어찌 보면 X세대는 MZ세대보다 복 받은 세대라고 봐야 한다.
MZ세대의 번아웃은 사회 구조적 문제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조기 퇴직과 이직이 활발한 요즘, 어떻게 하면 우수한 MZ세대가 번아웃에 빠지지 않고 오랫동안 조직에 머무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한 조사 자료를 보면 M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더 인정받고 싶어 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들은 조직에서 칭찬을 자주 받을수록 소속감이 강해지고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한다.
오늘 아침 조직의 임원으로 일하는 X세대로서 스스로에게 다짐과 약속을 해본다. 복 받은 시대에 살아왔다는 점을 잊지 말고 감사해하며 살 것. 그리고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는 대신 엄청난 경쟁 압박을 견디며 살아온 MZ세대를 이해하고 작은 일에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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