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 동안 물가 수준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디플레의 원인을 탐구하는 수많은 이론 중 ‘일본은행이 제대로 된 금융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하는 ‘리플레파(reflationist)’가 1990년대 말 대두했다.
이들은 별다른 경제 이론상 근거나 실증적 뒷받침 없이 본원통화 및 장기국채 보유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고 장기국채 구입의 평균잔존기간을 두 배로 연장하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금융 완화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면 소비자물가가 2%대로 상승해 기업의 수익이 개선되고, 고용이 늘고, 투자와 소비도 증가해 자연스럽게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들의 주장은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2013년 4월부터 실제 정책으로 시행됐다. 리플레파는 2년 정도 지나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호언장담했지만, 무려 10년 동안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음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에 미치지 못했다. 종업원 임금도 오르지 않았다. 총수요 증가로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리플레파의 장담은 현실에선 공언(空言)에 그쳤다.
일본이 처한 경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려던 시도는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구하긴커녕 국가 빚만 잔뜩 늘었다. 일본은행은 일본 정부 국채 발행총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547조엔을 짊어지게 됐다. 일본 상장기업의 주식도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보다 많은 48조엔(2022년 9월 현재)어치나 보유하고 있다.
한국도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으로 5년간 127조원이나 되는 재정을 지출했다. 학문적인 업적도, 경제정책을 운용해본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는 동시에 재정 확대를 실시하는 어이없는 짓을 저질렀다.
최저임금 인상과 확대재정정책, 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이 풀리자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도입한 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확대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잘못된 처방 탓에 정부와 가계부채만 늘었다.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대부분 거짓말이다. 그리고 그런 허황한 주장에 기초한 처방의 부작용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리플레파’와 ‘소주성파’의 잘못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들을 타산지석 삼아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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