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16.86

  • 2.00
  • 0.08%
코스닥

685.42

  • 3.86
  • 0.57%
1/3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힘 있는 문장은 어디서 오나…'형국이다' 버리기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①“지난겨울 전 국민을 시름에 빠뜨린 ‘난방비 대란’은 추가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임박하면서 재차 이슈로 부상하는 형국이다.” ‘전기료 폭탄’ 논란이 최근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을 앞두고 요금 현실화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전한 보도문의 한 대목에서 우리가 유념해 봐야 할 곳은 서술어 부분이다. 여기에 쓰인 ‘형국이다’는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 보기에 따라 상당히 어색하기도 하다. 이런 까닭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군더더기성 표현, 서술부 늘어져
‘형국이다’의 쓰임새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문장도 많다. ②“작년 초부터 호남권은 극심한 가뭄을 겪었지만, 올여름은 홍수 걱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남부 지방은 가뭄 터널을 빠져나오니 홍수가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올해 어린이날 연휴엔 전국에 많은 비가 뿌렸다. 최근의 기상청 자료를 인용한 이 기사 문장에 쓰인 ‘형국이다’는 억지스럽지도 않고 적절한 느낌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형국(形局)’이란 말이 있다. 여기에 서술격 조사 ‘-이다’를 붙여 서술어로 흔히 쓰는데, 자칫 군더더기일 때가 많다. 쓰일 만한 자리가 아닌데 습관적으로 붙이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대개 ‘~하는 형국이다/양상이다/상황이다/실정이다/모습이다/상태다’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쓰임새도 비슷해 모두 같은 ‘오용의 범주’로 분류할 수 있는 서술어들이다.

“국가별로 보더라도 대다수 국가의 기업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전체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서술부를 ‘~증가하고 있다’ ‘~결정했다’로 끊어 쓰는 게 ‘힘 있는 문장’을 만드는 비결이다. 굳이 ‘양상’, ‘상황’이란 말을 덧붙여 설명하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양상인지 또는 상황인지 뭔지는 읽는 이가 풀어야 할 몫이다. 이들은 이중서술어로, 대부분 글을 늘어지게 할 뿐이다. ‘~하고 있다’, ‘~한다’ 식으로 끊어 쓰는 게 요령이다. ‘팩트 위주로 간결하게 써라.’ 이것이 저널리즘 언어를 구사하는 방식 중 하나다.
‘~한 상태다’ 말고 ‘~했다’가 간결해
‘형국’은 어떤 일이 벌어진 형편이나 국면을 말한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같은 게 전형적 표현이다. 이 용법의 올바른 사용을 위한 힌트도 여기에 있다. 최근 이슈가 된 예를 몇 개 더 들어보자. “… 원내 대책 회의에서 ‘간호법 대치 정국’을 두고 ‘마주 보고 달려오는 기차들이 충돌하기 직전의 형국’이라고 말했다.” “시그널이 돼야 할 가격이 정치 포퓔리슴 탓에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고, 전력 회사는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형국이다’는 비유적인 상황에서 쓰는 게 딱 좋다. 문장 ②에 있는 ‘형국이다’가 자연스럽게 읽히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문장 ①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글쓴이의 의도부터 추정해 보자. ‘이슈로 부상하는 상황이다? 모습이다?’일까. 또는 ‘이슈로 부상하는 듯하다’를 쓰려고 했던 것일까. 그게 오히려 더 가까울 수 있겠다. 그런데 사실 이 이슈는 오래전부터 현안으로 떠올라 있었고 지속적인 보도가 있었다. 그러니 ‘듯하다’를 쓸 자리도 아니다. ‘듯하다’는 무언가를 짐작하거나 추측하는 의미가 담겼을 때 하는 말이다. 아마도 시기적으로 전기료 인상 논란이 다소 가라앉았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형국’을 쓸 이유가 없다. 곧바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이런 유형의 오류는 흔하다. 하지만 대부분 오류인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긴밀하고 정치(精緻)한 글을 써야 할 때는 군말을 덧댈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이제 근래 전세 사기가 불거졌을 때 이를 전한 다음 문장이 왜 늘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내놓은 경매 유예 조치만으로는 피해자의 주거 안정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완화 수준 및 기간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하면 더 힘 있고 깔끔한 문장이 된다.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