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투자해달라며 돈을 맡긴 뒤 잔혹한 방식으로 감금·폭행해 돈을 갈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수사기관이나 사용할 법한 위치 추적까지 동원해 도망친 피해자를 쫓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0일 암호화폐 투자를 맡기고서 자신이 정한 수익률에 맞춰 돈을 요구한 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폭행·협박하는 방식으로 140억원이 넘는 돈을 뜯은 A씨(38)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2월 마스크사업을 하던 중 정보기술(IT)업체 대표 B씨를 알게 됐다. B씨가 암호화폐 투자로 큰돈을 번다는 얘기를 들은 A씨는 B씨에게 수천만원을 맡기며 암호화폐 투자 수익으로 매주 투자금의 30%를 내놓으라고 강요했다.
A씨는 B씨가 주 단위로 수익금을 입금하지 못하면 헤드기어를 씌우고 입에 수건을 물린 채 B씨를 폭행·협박했다. 폭행과 협박을 견디지 못한 B씨는 어머니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12월께 B씨가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자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B씨의 IP를 추적하는 등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경찰은 이 같은 방식으로 A씨가 B씨에게 뜯어낸 돈이 약 14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범행에 가담한 조직폭력배 15명도 검거해 이 중 7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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