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회사가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를 직접 만들려고 할 겁니다. 기술력을 갖춘 회사들이 지금보다 적은 비용으로 차별화된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도록 기존 반도체 설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가겠습니다.”
조명현 세미파이브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고 싶어 하는 회사들의 수요가 전 산업 영역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며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기술 요소의 재사용과 자동화하는 플랫폼을 통해 설계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미파이브는 2019년 조 대표가 창업한 반도체 설계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최근 675억원의 투자를 유치, 회사 설립 4년 만에 총 240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모아 주목받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국내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중 한 곳으로,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회사들과 설계자산(IP) 업체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의 1세대 AI 반도체 ‘워보이’가 세미파이브의 플랫폼을 통해 설계돼 지난달 양산에 들어갔다.
통상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수백억원의 비용과 1~2년의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세미파이브는 각 회사가 반도체의 전 영역을 설계할 필요 없이 플랫폼을 통해 공통부분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조 대표는 “핵심 IP를 제외한 설계 기반 기술 중 상당 부분은 각 회사가 직접 맡는다고 해서 차별화되지 않는다”며 “서로 다른 반도체라도 공통 영역은 플랫폼으로 효율화하면 설계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미파이브는 플랫폼으로 기존 설계 대비 비용과 기간을 50% 수준까지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
조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 등 반도체 공룡들이 만드는 범용 반도체의 혁신 속도가 느려지고, 각 회사 서비스에 특화된 AI 전용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구글, 애플,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은 이미 자체 AI 반도체를 가지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AI칩을 개발 중이다. 조 대표는 “과거 TSMC가 파운드리라는 모델을 통해 반도체 제조 영역을 플랫폼화한 것처럼 자체 칩 개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맞춰 설계를 플랫폼화한 것”이라고 했다.
세미파이브의 목표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회사라면 큰 투자를 하지 않고도 지금보다 쉽게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조 대표는 “설계 재사용성과 자동화 수준을 현재 2배에서 4~5배까지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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