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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사학자 "中의 부상 인정하고 新동아시아 질서 모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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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기업들의 중국 투자 및 무역 관계에 기반을 둔 외교 의제인 '평화 이익'이 미국 정치권의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미국 정가가 밀어붙이는 정책의 중심 축에서 대기업들의 입지와 그들이 끼치는 영향력은 냉전체제 종식 이후 그 어느때보다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1990년 냉전이 종식된 이후 '평화 이익' 체제가 시작됐지만, 최근 다시 냉전적 민주주의 동맹이 확장하고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평화 이익이란 사회학자 칼 폴라니가 전쟁에 반대하는 초국가적 사회경제 구도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고안한 내용이다. 평화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익을 일컫는다. 그는 1815년부터 1914년까지 장기간 이어진 유럽의 강대국 주도 평화 시대를 설명하기 위해 이 같은 개념을 들고 나왔다. 프랑스 혁명과 연이은 나폴레옹의 등장 이후 유럽의 보수적인 왕조들은 전쟁을 지양하고 평화를 다짐했다. 19세기 중반 들어선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부르주아 세력들이 평화 이익을 추구하고 나섰다.

제 1,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의 냉전 체제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념 투쟁보다 경제적 이익이 점차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 글로벌 대기업들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철의 장막'을 벗어나 그 중요성을 획득했고, 1990년 이후엔 미·중 관계에서 평화 이익이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시절의 재무장관 행크 폴슨이 대표적인 평화 이익 실천자로 꼽힌다.

하지만 애덤 투즈 교수는 "최근 평화 이익이란 중요 의제가 약해지면서 미국 대기업 주도의 수십억달러 규모 중국 투자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수정하는 각종 워싱턴 합의들을 잇따라 선언하고 있다. 세계화보다는 국가가 개입하는 산업 정책이 워싱턴의 대세 의제로 자리잡았다. 제이크 설리반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 내 미국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일에 관심이 없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에 관해 애덤 투즈 교수는 "이제 대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한 세계화와 평화 이익이라는 외교의제는 사라지고, 독재국과 러시아에 대항하는 냉전적 민주주의 동맹의 부활이 새 외교의제로 우뚝 섰다"며 "매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모여 세계화를 주창하는 다보스맨들의 시대는 끝났다"고 일갈했다.

그는 "세계화의 긴장을 장기적으로 완화하려면 중국의 역사적 부상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동아시아의 새로운 안보 질서를 모색하는 보다 근본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오늘날 워싱턴 정가에서 (중국의 부상이라는) 이 명백한 진실을 말하는 것이 반역죄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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