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요즘 동네북 신세다.”
<톱니바퀴와 괴물>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책은 다이앤 코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썼다. 경제학자인 그는 “왜 경제학이 동네북 신세인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비판을 일삼는 사람들은 지난 30년 동안 경제학이 몰라보게 변했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않으려고 버틴다”고 주장한다.
책은 일종의 경제학 에세이다. 어떤 연구 결과를 논하는 게 아니라 경제학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경제학 비판에 대한 반론이지만 반성도 담겼다. 앞으로 경제학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 식상하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한때 거시경제학 논쟁이 경제학계를 뜨겁게 달궜던 때가 있었다. 시장 대 정부, 합리적 기대 대 적응적 기대, 신고전학파 대 신케인즈주의 같은 것들이다.
지금 경제학의 최첨단은 응용 미시경제학에 있다. 저자는 “경제학은 이론적 연구에서 경험적 연구로 대거 방향을 틀었다”며 “대다수 경제학자는 응용 미시경제학 연구를 진행한다”고 말한다. 데이터 세트, 계량경제학 기법, 컴퓨터를 활용한 계산, 인과 추론을 바탕으로 매우 실용적인 부분을 다룬다.
하지만 경제학에 대한 비판은 옛날 그대로다. 인간의 비합리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거나, 수학적이고 추상화된 모델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식이다. 경제학이 비인간적이고 이윤만 추구하는 탓에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고도 말한다. 그런 주장이 타당할 때가 있긴 했지만 지금은 잘 맞지 않는다.
저자는 더 많은 영역에서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정부 정책은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 이런 일을 수행하는 게 경제학자의 책무다. 잘못된 비용·편익 분석으로 대규모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날 때도 많지만, 사회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 사례는 더 많다.
도로 혼잡 통행료와 교통 혼잡 부담금을 개발한 것도 경제학자들이다. 1997년 아일랜드 더블린은 경제 분석에 근거해 모든 택시 면허자에게 두 번째 면허를 발급하고 팔 수 있게 했다. 택시 부족도 해결하고, 기존 택시 운전사들에게 보상도 해줄 수 있었다.
물론 가치 판단의 문제는 근본적인 난관일 수밖에 없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정책을 제안하려고 노력해도, 경제학자 자신의 가치 판단이 어느 정도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다.
데이터를 다루는 데서 오는 위험도 문제로 꼽힌다. 경제학계에선 이제 데이터를 다루는 게 필수다. 데이터를 내려받아 통계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도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
“인과관계와 통계적 유의성을 과도하게 주장하거나 결과의 통계적 힘을 무시하는 것을 포함해, 경제학이 수행하는 경험적 연구가 형편없음을 말해주는 사례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많다.”
저자는 “이 책은 경제학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지만, 초급자용 책은 아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겉핥기식 경제학 비판서도 아니다. 중요한 주제에 대해 제법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경제학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일반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