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폭증했던 해외여행 수요가 올해 들어 줄어들고 있는 반면 근거리 노선 중심의 해외항공편은 오히려 늘고 있어 저가항공사(LCC)의 출혈경쟁이 예상된다. 항공사들은 할인 항공권을 선보이며 소비자 잡기에 나선 가운데,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통해 수익성 개선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 등 국내 주요 LCC 3사의 일본·동남아시아 항공편은 지난해 12월 1998편에서 올해 3월 2334편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여행 출국자 수는 급증했다가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국자 수는 139만명에서 올해 1월 178만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월에는 172만명, 3월엔 147만명으로 감소했다. 지난 3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모객 실적도 전월 대비 18%, 8%씩 떨어졌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여행시장 정상화를 기대하며 근거리 항공편을 늘린 LCC업체들은 줄어든 수요를 잡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에어서울은 지난달 유류할증료와 공항시설이용료만 결제하면 되는 '0원 항공권'을 선보였다. 특가 항공권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5만~6만원에 일본과 베트남 편도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다음 달 'JJ멤버스위크' 행사를 통해 일본 후쿠오카행 항공권을 6만원선, 대만 타이베이행 항공편을 10만원 선에 판매한다.
2·3분기가 해외여행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LCC의 '특가 마케팅'으로인한 출혈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시기적으로는 개학으로 가족 여행 수요가 줄어드는 기간에 접어들었다"며 "경기둔화로 인한 소비침체 현상도 올해들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LCC업계의 할인항공권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리 국가를 대상으로 한 제한된 시장에서 과도한 경쟁을 벌이다 보니 주요 LCC 업체의 재무상태도 좋지 않다. 지난해 말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은 1655%에 달한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의 부채비율 역시 608%, 443%다.
LCC는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중장거리 노선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LCC업계가 최근 주목하는 노선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발리를 비롯한 휴양도시가 많아 여행객 수요는 많지만 항공편을 운항 중인 항공사는 적은 곳으로 꼽힌다. 현재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잇는 항공편을 운영하는 국적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뿐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두 항공사를 통해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여행객만 89만명에 달한다.
상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LCC업계가 인도네시아를 주목하는 이유다. 일례로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었다.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지역 전기차 교두보로 삼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로 진출하는 국내 대기업이 많아지면 해당 지역으로 향하는 출장 항공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LCC업계의 분석이다.
엔데믹 이후 인도네시아 운항 노선을 개설한 첫 LCC는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오는 18일부터 인도네시아 대표 관광지인 마나도와 바탐에 왕복 1회 일정으로 전세기를 운항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LCC가 중장거리 노선에 진출하면 여행객들은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며 "항공사 입장에서도 노선을 다각화해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수익성 개선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