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를 계기로 최근 3년 새 급전환을 거듭했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20년 사태 초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제로(0) 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나서면서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는 지적이다. Fed는 이듬해부터 본격화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 절하하다가 뒤늦게 단기간에 금리를 올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Fed는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하던 2020년 3월 15일 기준금리를 연 1.00~1.25%에서 연 0.00~0.25%로 전격 인하하는 ‘빅 컷’을 단행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통한 7000억달러 규모의 QE 프로그램도 내놨다.
Fed의 이 같은 처방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전격적 조치였다. QE 규모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투입된 자금(6000억달러)보다 많았다. ‘유동성 공급→금리 하락→총수요 증가→실물경기 회복’이라는 전통적 방식의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복합 경제위기인 코로나19 팬데믹의 특수성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시중에 자금을 풀어도 봉쇄조치(록다운)로 소비가 제한된 상황에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경제 회복을 이끈 건 Fed의 대응보다는 이듬해 보급된 백신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Fed의 진정한 실책은 인플레이션 ‘늑장 대응’이라고 지적한다. 2021년 백신 보급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물가가 급속히 올랐다. 같은 해 6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3% 오르면서 201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13년 만에 최고치인 5.4%에 달했다.
그럼에도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테이퍼링(QE 축소)도 시기상조라고 했다. 하지만 델타 변이, 그리고 이후 찾아온 오미크론 바이러스 모두 강도가 낮아 세계 경제에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않았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건 인플레이션이 세계적으로 확산한 지난해 3월이었다. Fed는 당시 연 0.00~0.25%였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5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이어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까지 단행하는 등 10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인 연 5.00~5.25%가 됐다.
Fed의 뒤늦은 통화 긴축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각종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도산을 촉발한 데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파산도 야기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등 유럽 은행의 유동성 위기도 초래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경제 구조가 취약한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을 속속 이탈시키고 있다.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전임자로서는 이례적으로 파월 의장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너무 늦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인플레이션 수준에 대해 오판했다고 뒤늦게 시인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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